지난달 25일 1기 신도시가 있는 경기도 5개 기초지방단체가 일제히 재건축 선도지구 사업의 공모지침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과열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노후 신도시의 주거환경을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개선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선도지구를 두고 평가 기준과 추가분담금 등이 잡음을 불러온 것이다.
8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성남 분당신도시에선 신상진 성남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주장까지 나오며 경쟁이 과열됐다.
분당에선 이번 선도지구 지정에서 전체 5만여가구 가운데 8000∼1만2000가구의 재건축이 결정되는데 성남시가 공개한 자체 공모지침에 ‘상가동의율’이 빠지고, ‘이주대책 지원 및 공공기여 추가 제공’이 덧붙어 특혜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상가지분이 많아 불리했던 단지의 장애물이 제거되고, 공공기여 추가로 주민부담만 늘었다고 주장한다.
서현·야탑·수내·분당동 등 52개 아파트단지 연합체인 분당재건축연합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공공주도의 신도시 개발과 달리 노후계획도시는 공정한 룰에 따라 민간 주도로 정비사업을 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 안과 달리 참여 단지 수와 세대 수 배점을 크게 변경해 특정 단지에 특혜논란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방식 선택에 가산점을 부여한 근거에 관해 설명하라”며 7개 항에 대해 공개질의했다.
앞서 신 시장은 이달 3일 기자회견에서 “11월 선도지구 최종 선정을 앞두고 분당 재건축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논란은 성남시만이 아니다. 안양 평촌신도시의 한 주민설명회에선 최대 750% 용적률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역세권 고밀도개발에 따른 기부채납이 언급되며 주민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부천 중동신도시에서는 공사비 급등에 따라 최대 5억원 가까운 추가분담금이 예상되자 일부 주민이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지난달까지 뚜렷한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다.
다만, 분당을 제외한 다른 신도시에서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고양 일산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선도지구 기대감에 지난달 초까지 급매물이 소진된 뒤 최근 호가가 제한적으로 오르면서 분당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라고 전했다.
성남시 분당 이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노후 주택의 안전성 문제와 주차공간 부족 등이 1기 신도시 재건축 목소리를 키웠다”면서도 “1990년대에 입주한 노년층 가운데는 ‘당장 재건축을 하라니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주민도 많다. 노후 승강기 교체 등 대수선을 진행한 상태에서 무리한 속도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