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를 4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심각한 고령 리스크를 노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적격성을 두고 민주당 내부분열이 8일(현지시간) 격화하는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대선 상대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힘이 빠진 쉰 목소리에 자주 말을 더듬고 맥락에서 벗어난 발언을 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선후보 교체론에 불이 붙었다.
하원에서는 현재까지 6명의 의원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 가운데 사퇴 요구 연판장도 의원들 사이에서 회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에서는 아직 공개적인 사퇴 요구가 나오지 않았지만, 마크 워너 의원(버지니아)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추진했다가 취소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 본인은 이날 이례적으로 거친 표현을 써가며 당내 사퇴 요구를 반박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MS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대선 불출마를 압박하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나를 상대로 뛰어보라. 전당대회에서 나에게 도전해보라”라고 말했다.
또 “나는 당의 ‘엘리트’들에 의해 너무 좌절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일반적인’ 민주당 유권자들은 내가 대선 레이스에 남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개적 사퇴 요구를 쏟아낸 일부 의원들을 ‘엘리트’로 부르면서 불만을 표하는 한편 자신에 대한 일반 당원들의 지지는 여전히 확고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두고 MSNBC는 “한편으로 에너지 넘치는 방식으로 전달된 분명한 메시지였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험 많은 대통령이 오랜 친구이자 국정운영 파트너를 ‘엘리트’로 규정하면서 불평하는 모습, 바이든이 자신의 당원들을 질책하는 모습은 이상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MSNBC와의 전화 인터뷰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2쪽 분량을 서한에서도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당 내부를 향한 바이든 대통령의 공격적이고 강도 높은 반박은 미 의회가 독립기념일(4일) 휴지기를 마치고 재가동된 시점에 나왔다. 의원들이 의회에 다시 모이는 만큼 대선 레이스 완주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추가 사퇴 요구를 저지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노력이 당내에서 분출하는 사퇴론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터뷰 및 서한에 대해 “새로운 사퇴 요구가 대거 일어나는 것을 막는 듯 보였다”며 “그런데도 당내에서는 바이든이 11월에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고 짚었다.
9일 오전 민주당 하원 전체 의원총회가 잡혀 있으며, 상원 의원들도 같은 날 정례 오찬 회의를 할 예정이어서 이날 논의 결과가 바이든 사퇴론과 관련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