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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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퍼부은 집중호우…농작물 침수되고 실종자도 발생

불어난 하천에 휩쓸린 40대 실종…지자체들 비상근무 돌입
경북·전북·충북 등 농경지 침수 피해…"장맛비 당분간 지속"

이틀간 이어진 집중호우에 농작물이 물에 잠기고 주택이 침수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경북에서는 밤사이 불어난 물에 40대 여성이 휩쓸려 경찰과 소방 당국의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비상근무에 돌입하고 분주히 비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9일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문천지 상류에서 소방구조대가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에서 발달한 비구름대 영향으로 당분간 장맛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시설물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 경북 '물 폭탄'에 실종·구조 이어져

9일 경북도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2분께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부기천에서 40대 여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오전 8시 28분께 실종자 직장 동료의 신고로 출동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색에 장비 21대, 인력 93명이 동원됐으나 이날 오후 4시 현재까지 실종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실종자가 발생한 대구·경북지역에는 이틀간 180㎜에 달하는 굵은 비가 쏟아졌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산 하양 179.5㎜, 포항 오천 166.5㎜, 대구 163.2㎜, 영천 131.8㎜, 경주 황성 122㎜, 고령 116.5㎜, 성주 103.5㎜, 청도 96.5㎜, 칠곡 팔공산 85.5㎜, 울릉 독도 79㎜ 등이다.

이날 오전 6시 28분께 대구 구지면 유산리 가산교차로에서는 차량 4대가 길 위에서 침수돼 소방 당국이 구조 활동을 펼쳤다.

9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가산교차로가 침수돼 도로가 통제됐다.

대구 군위군 의흥면 읍내리에서는 전날 오후 11시 34분께 집중 호우로 하수구가 역류하며 침수된 집안에 갇혔던 1명이 소방 당국에 구조되기도 했다.

이봉규 대구지방기상청 예보관은 "좁은 지역에 매우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며 "저수지 붕괴나 하천 제방 유실에 따른 침수에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 농작물 피해 심각…시설하우스도 잠겨

정체전선이 쏟아낸 많은 비로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물에 잠겨 농민 시름도 깊어져 가고 있다.

이날 오전 한때 호우경보가 내려졌던 경북에서는 농작물 632.5㏊(안동 256.4㏊·상주 125.9㏊·의성 155.2㏊·영양 62.0㏊·예천 33.0㏊)가 침수됐다.

영천에서는 돈사 한 곳이 물에 잠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익산 용동·망성면 일대 비닐하우스 20㏊(상추·토마토·수박)에도 밤사이 물이 들이찼다.

이곳은 지난해 집중호우 때도 금강 수위 상승 등으로 시설하우스 침수 피해를 봤다.

 

이날 망성면의 한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왕봉수(60)씨는 "어제 새벽까진 괜찮았는데, 그 뒤로 비가 많이 오면서 하우스가 잠겼다"고 탄식했다.

9일 전북자치도 익산시 망성면 한 수박 비닐하우스에서 관계자들이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급하게 수확을 하고 있다.

또 비가 집중된 충북 옥천군에서도 농경지 11㏊가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날 오후 들어 비가 대부분 그쳤으나 농가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전·세종·충남지역에서도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44분께 충남 홍성군 홍성읍의 한 주택가 축대가 무너지며 도로가 유실됐고, 세종시의 주택 벽체가 기울어져 행정 당국이 긴급 안전조치에 나섰다.

이외 전국에서 나무 쓰러짐, 도로 침수, 하수구 역류 등 신고가 빗발쳐 소방 당국은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오숙 전북자치도 소방본부장은 "집중호우로 119 신고가 폭주할 것에 대비해 추가 접수대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집중호우 시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안전한 실내에 머물러달라"고 당부했다.

◇ 오후 들어 비 소강상태…"장맛비 당분간 지속"

기상청은 비가 소강상태를 보임에 따라 이날 정오를 기해 전국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를 모두 해제했다.

다만 주중 장맛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앞으로 발표되는 기상정보에 귀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9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비구름의 이동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부터 10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강원내륙·중남부 동해안·대전·세종·충남 50∼100㎜이며, 강원 북부 동해안 20∼60㎜이다.

광주·전남·전북·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30∼80㎜, 울릉도·독도 20∼60㎜ 등이다.

많은 곳은 최대 150㎜ 넘는 비가 내리겠다.

기상청은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진 지역이 많으므로 산사태나 낙석, 토사유출 등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장마 기간에 시간당 30∼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는 경우가 있었다"며 "특히 취약 시간대인 밤에 잦은 비가 내리므로 야간에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체전선의 위치가 유동적이므로 실시간으로 발표되는 기상 특보를 잘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