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4.65% 임금 인상안’으로 파업 피한 현대차… 6년 연속 무분규 합의

노사협상 46일만… 12일 조합원 투표
10일·11일 예고 부분파업은 유보
성과급에 격려금 별도 지급 포함
정년연장 대신 촉탁계약 1년 연장
2026년까지 총 1100명 신규 채용

현대자동차 노사가 정년인 만 60세 이후 2년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46일째 끌어온 임금협상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로써 10∼11일 예고됐던 현대차 노조의 부분파업은 유보됐다.

현대차 노사는 “12일 전체 조합원(4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가결하면 올해 임금협상을 파업 없이 마무리하게 된다”고 9일 밝혔다.

지난 6월 27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노조 집행부와 대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4.65%(11만2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과 2023년 경영성과금 기본급의 400%+1000만원, 2년 연속 최대 경영실적 달성 기념 별도 격려금 100%+280만원 지급, 주식 5주 지급 등이 담겼다. 기본급 11만2000원 인상은 역대 최대 인상 폭이다. 노사는 ‘글로벌 누적 판매 1억대 달성’이 예상되는 9월쯤 품질 향상 격려금 500만원과 주식 20주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노사협상의 핵심 안건이었던 정년연장의 경우 현재 60세 퇴직 후 61세까지 촉탁계약직으로 일하는 ‘숙련 재고용 제도’ 기간을 1년 더 추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조합원이 원하면 62세까지 촉탁계약직으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사는 정년연장, 노동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개선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노사는 이번 임금협상에서 사회문제 해소와 상생협력을 위한 합의안을 마련했다. 먼저 청년 실업문제 해소,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술직 사원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채용규모는 내년에 500명, 2026년에 300명이다. 이미 확정된 내년 채용인원(300명)을 더하면 총 1100명의 신입사원을 뽑게 된다.

현대차 노사는 매년 60억원을 출연하고 있는 사회공헌기금과 별도로 15억원 규모의 ‘노사 공동 특별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한다. 이 기금은 올해 지급되는 성과급에서 직원 한 명당 1만원을 공제해 기부한 6억∼7억원에 회사가 추가로 돈을 더 내는 방식으로 마련된다. 기금은 저소득층의 육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돌봄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 밖에 현대차는 협력사들의 온실가스 감축설비 구입을 위한 그룹사 금융지원 프로그램(50억원 규모) 운영,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위한 1000억원대 상생펀드 운용,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연간 50억원) 등에 나서기로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노조는 올해 회사 측과의 한 달째 이어진 임금협상에 진전이 없자 지난 6일부터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파업찬반투표를 진행해 가결하는 등 파업수순도 밟았다. 여기에 더해 10일과 11일 4시간 파업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임금협상에서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성과급 회사 순이익의 30% 지급, 상여금 900% 인상 등을 요구했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동해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별도 요구안에 담았다.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도 요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협상을 바라보는 고객과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걱정과 관심 속에 노사가 사회문제 해소와 지역사회 상생 방안을 담은 6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며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