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국회 재의결을 둘러싼 여야 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회로 돌아온 채 상병 특검법을 재의결하기 위해서는 야권 의석에 더해 여당 이탈표 8표가 더 필요하다.
야당은 일단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전후로 대규모 장외집회 등 여론전을 통해 대여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동시에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으로 당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진행 추이를 면밀히 고려해 재표결 시점을 정한다는 전략이다.
야당은 9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긴급규탄대회를 진행한 데 이어 10일 국회 기자회견, 13일 광화문 범국민대회, 19일 채 상병 순직 1주기 촛불문화제 등을 잇달아 개최한다.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민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며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이 관철돼 순직해병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유족의 비통한 심정을 풀어드릴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애초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전후로 재의결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로 거론되는 건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경쟁이 계파 갈등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는 데다 유력 당권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장 등 제3자가 추천하는 특검법 처리 주장을 한 만큼 23일 이후 재의결하는 게 특검법 통과에 유리할 수 있단 판단에서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도 당대표로 당선된다면 절차에 따라 수정 대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10 총선 과정에서부터 특검 도입에 찬성해온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 수정안을 발의하려고 준비 중이기도 하다.
민주당 윤 원내대변인은 재의결 시점과 관련해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진행되고 있고, 특검법 추진이 보여주기용이 아니지 않나”라며 “특검법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합리적으로 (일정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의 ‘제3자 추천’ 특검법 제안 이후 민주당 내에서도 중재안 추진에 동의하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힘이 구체적 안을 제안하기 전에 별도 중재안을 선제적으로 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여당이 공식적으로 중재안을 낸다면 구체적인 내용을 따져볼 수 있지만 아직은 저쪽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여야가 중재안 협상에 들어가더라도 구체적 내용에 있어선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전 위원장 제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며 “기본적으로 특검은 국회가 도입하는 것이고 국회가 임명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이 특검 추천 주체로 대법원장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법원 수장이 기소권자를 추천하고 임명한다는 게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야당은 이후 재표결에서 특검법이 부결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수용할 때까지 재발의해 처리한단 입장이다. 민주당 진 정책위의장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이 공포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