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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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버릇’ 못 잃어”…해외서 탱자탱자 ‘단톡방즈’·사태는 ‘ING’

 

‘버닝썬 게이트’가 다시 주목 받는 가운데, 관련 연예인들이 여전히 주색잡기(酒色雜技)에 열을 올린다는 소식이 전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앞서 승리가 해외 파티에서 빅뱅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전해진 데 이어 이번엔 ‘단톡방 몰카 주범’으로 실형을 살고 나온 정준영이 프랑스에서 여자들에게 치근덕거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작 ‘경찰과의 유착’, ‘물뽕을 이용한 여성 강간’ 등 버닝썬 사태의 핵심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 사건이 ‘연예인 단톡방’ 사건으로 변질되고, 정작 여성들을 강간한 유명 연예인들은 가벼운 처벌을 받고 나와 또 다시 ‘과거의 영광’을 추구하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홀로 ‘정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리옹의 클럽에서 포착된 정준영(왼쪽)과 지난 5월 말레이시아 부동산 개발 업체 회장의 생일 파티에서 빅뱅 히트곡 ‘뱅뱅뱅’을 부르고 있는 승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프랑스 여성 A씨는 9일 엑스(X·옛 트위터)에 프랑스 리옹의 한 바 클럽에서 ‘버닝썬 핵심 멤버’ 정준영을 만났다고 밝혔다. A씨는 정준영이 자신을 ‘한국 유명 가수 JUN’이라고 소개했다면서 정준영이 접촉한 여성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A씨는 “난 미친 강간범을 멀리서 지켜보기로 했다”며 “정준영은 다른 여성을 속이며 치근대고 있었고, 댄스 플로어에서 여자와 키스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성관계 불법 촬영 및 음란물 유포의 핵심 인물 정준영은 징역 5년을 선고받은 후 지난 3월 만기 출소했다. 지난해 2월 만기 출소한 승리는 이후 태국에서 생일 파티를 여는가 하면, 캄보디아의 행사에 참석해 지드래곤의 이름을 언급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두 성범죄자는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제대로 된 반성이 없는 모습은 사건에 연루된 경찰도 마찬가지. 최근 영국 BBC방송이 버닝썬 사건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를 공개하자 ‘정준영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규근 총경이 송파서 범죄예방대응과장으로 근무 중이란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일었다. 윤 총경은 2019년 승리 등이 차린 주점 ‘몽키뮤지엄’에 경찰 단속 내용을 미리 알려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코스닥 상장사인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 정모 전 대표가 건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정 전 대표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으로 기소됐다. 그러나 버닝썬과 관련 없는 일부 혐의만 유죄가 인정돼 그는 벌금 2000만원 형을 받고 경찰직을 유지하고 있다.

 

MBC ‘PD수첩’ 캡처

 

버닝썬의 실태는 2018년 11월 24일 당시 20대였던 김상교 씨가 버닝썬 관계자들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씨는 지난 2일 방송된 MBC ‘PD수첩’을 통해 버닝썬 사건이 연예인 단톡방 사건으로 변질됐다면서, 정작 중요한 경찰과의 유착과 성폭력, 마약 사건 등은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종결됐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버닝썬 직원이 “경찰 한 명이 여러 번에 걸쳐 성 접대를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역삼지구대 경찰관들이 김 씨를 폭행했다는 독직폭행 의혹은 지구대 내 폐쇠회로(CC)TV가 고장 났다는 어이 없는 이유로 내사 종결됐다. 인권위원회 조사 보고서는 피해자인 김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공권력 행사의 남용”이라고 표현했다.

 

버닝썬의 실체와 함께 이른바 ‘물뽕’(GHB) 강간의 실태도 드러났다. 이민정(가명) 씨는 2018년 12월 15일 태국 남성이 건넨 술을 마셨다가 호텔에서 깨어났다.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야 보내준다는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찍은 사진 등을 근거로 경찰은 합의된 성관계라고 봤다. 이 씨는 “경찰이 피해자로 봐주지 않았다”·“당시에 변호사 분들도 사건 맡기 어렵다고 했었다”고 토로하면서 “약물이라는 건 사실 우리나라에서 인정하기 쉽지 않다. 근데 그걸 빼고라도 불법촬영, 폭행 등으로 잡아둘 수 있었음에도 보낸 거니까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배상훈 프로파일러도 “가해자가 떠났으면 끝이냐, 그런 수사가 어디 있냐”고 일침했다. 

 

해외에서 클럽과 파티를 즐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 버닝썬 관련 성범죄자 정준영 ·승리. 뉴스1

 

이 씨의 끈질긴 처벌 의지로 인해 태국 유력 가문 출신의 라타쿨 차바노스에 대한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진 상황. 강남경찰서는 이 씨 관련 수사가 2019년 6월 이후 멈춰있다면서 가해자의 소재가 파악되면 제보해 달라고 오히려 PD수첩 측에 요청했다. 하지만 라타쿨의 소재 파악은 어렵지 않았다. 태국에서 버젓이 레스토랑 및 강연 사업으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

 

여성들의 정신을 잃게 한 다음 강간한 자들, 그들의 뒤를 봐준 자들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도, 반성하지도 않았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정준영은 파리에서 한식당을 연다고 밝혔다.  버닝썬 관련 사태를 부른 <거대한 암흑>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채 가해자들 일부가 똑같은 행태를 반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 구하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대표 변호사는 “버닝썬 사건이 연예인들의 개인적인 일탈일 뿐이고 정작 버닝썬과 이와 연관된 경찰관들의 비리는 전혀 없는 것으로 결론 지어진 것은 매우 기이하다고 생각한다”며 “법앞에 평등은 권력기관이라도 예외가 없어야 한다. 이 사안은 재수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