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9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과 관련해 오는 19일과 26일 두 차례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씨 등을 채택했다.
법사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 실시계획서 및 증인 출석 요구의 건을 상정∙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안건 처리에 앞서 청문회 개최와 증인 출석 요청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며 퇴장했다.
19일 청문회에선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대통령실 외압 의혹을, 26일에는 김 여사 관련 주가 조작 및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다룰 예정이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김 여사 모녀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에 연루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39명을 채택했고 참고인 7명까지 46명에 달한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국회법 123조 4항에 따르면 국가기관을 모독하는 내용의 청원은 이를 접수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으나, 청원의 쟁점은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권,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 대통령의 헌법상의 의무뿐 아니라 본인 또는 가족에 의한 직권남용(에 관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실에서 주장하는 모독에 해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청원에 대해 청문회를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현재 법률 규정상 말이 안 된다”며 “국회로 이송하거나 정부로 이송해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청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헌법기관인 개별 국회의원들의 과반수가 동의해야 청원의 내용이 달성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청원이 발의됐으나 청문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위에 회부된 상태에서 폐기됐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국민의힘이 청문회에 불참하더라도 두 차례 모두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방금 채택된 증인은 불출석 시 국회 증감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유념하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가 김 여사에게 대국민 소명을 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규탄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 국민 청원을 근거로 탄핵 청문회를 추진한다”며 “청원안에 대한 청문회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탄핵 예비 절차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 탄핵 청원안이 지난 국회에서 심의되지 않고 폐기된 사실을 거론하며 청원안을 통한 탄핵소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실현 불가능한 청원안에 대해 청문회까지 개최하는 것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국회법 절차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잠자고 있던 조항을 흔들어 깨워서 국회법에 생기를 불어넣겠다’고 한다. 차라리 국회법을 ‘정청래법’으로 바꾸고 ‘이재명 대표 마음대로 한다’고 개정하라”고 밝혔다.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달라는 이번 청원은 지난달 20일 시작돼 사흘 만에 청원 요건(5만명)을 충족, 법사위로 회부됐다. 이날 기준 참여자 수는 133만명을 넘어섰다.
해당 청원이 내건 윤 대통령 탄핵 사유는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명품 뇌물수수·주가조작·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조작 △전쟁 위기 조장 △일본 징용 친일 해법 강행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방조 등 5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