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29년만에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해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했다. 이곳은 유사시 북한에 대응할 미군의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등 미군의 핵심 전략자산의 지휘본부다.
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 위치한 인태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장병들과 만나 “북한은 러시아와 불법적인 무기거래를 통해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처참한 삶을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핵의 선제 사용을 법제화 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인태사 장병의 헌신과 노력이 강력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국제사회의 연대를 이끄는 진정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이 인태사령부를 방문한 것인 전신인 태평양사령부를 통틀어 29년만에 처음이다. 1981년 전두환, 1995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바 있다. 인태사령부는 중국을 견제할 핵심 군사지휘본부로 인도의 중요성을 감안해 2018년 개명했다.
인태사령부는 미국 서부 해안부터 인도 서부 국경, 남극에서 북극까지 지구 표면의 절반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을 관활한다. 미국의 6개 지역별 통합전투사령부 가운데 작전 범위가 가장 넓다. 미군의 최대 위협인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해 한반도, 일본, 대만 등 주요 전략 지역이 포함돼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도 지휘하고 있어 한반도 안보에도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윤 대통령은 인태사령부 작전센터로 이동해 작전 현황을 청취하고 인태사령부 지휘부와 대화를 나눴다. 중국 인민군 전체 전력을 웃도는 것으로 평가되는 인태사령부의 핵우산 등 전략자산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무엘 파파로 인태사령관은 주먹을 쥐고 한·미동맹의 상징 구호인 ‘위고 투게더(We go together). 같이 갑시다”라고 외치자 윤 대통령도 주먹을 쥐고 “위 고 투게더”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인태사령부는 주한미군사령부의 상급 부대로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한·미동맹의 버팀목과 같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파파로 인태사령관과 한반도와 역내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지속적인 도발이 한반도와 역내 안보를 해치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확고한 연합방위 태세가 긴요하며, 이를 위한 인태사령부의 역할은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파파로 사령관에게 보국훈장 통일장을 수여했다. 앞서 3년간 파파로 사령관이 태평양함대사령관으로 재직하며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기여를 인정해 우리 정부가 수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파파로 사령관의 지휘 지침이 압도적 승리(Prevail)라고 알고 있다”며 “인태사가 늘 전장을 지배하고 승리하는 사령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군의 4성 장군인 파파로 인태사령관과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찰스 플린 태평양육군사령관, 케빈 슈나이더 태평양공군사령관, 스티븐 쾔러 태평양함대사령관, 3성 장군인 월리엄 저니 태평양해병대사령관 등 참석한 미군 장성들의 별 갯수만 20개가 넘었다.
우리 측에서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강호필 합동참모본부 차장(대장), 조현동 주미한국대사,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최병옥 국방비서관(소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으로 이동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등 10여개 국가와 양자회담도 예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