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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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행 중 뇌사 판정, 5명에 장기기증한 태국인 미용사 푸리마 렁통쿰쿨씨

유족 “그녀의 마지막 소원이었을 것”

한국 여행 중 뇌사에 빠진 태국인 여성 미용사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렸다. 해외 국적 뇌사장기 기증자는 매년 7~8명으로 국내 뇌사장기기증의 약 1.8%에 달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5일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에서 푸리마 렁통쿰쿨(35)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돼 떠났다고 10일 밝혔다.

 

태국 방콕에 사는 렁통쿰쿨씨는 친구와 함께 한국을 여행하다 지난달 27일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렁통쿰쿨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급히 한국으로 왔다.

 

가족들은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뇌사에 빠진 렁통쿰쿨씨를 보고 갑작스러운 이별에 큰 슬픔에 빠졌지만, 이대로 떠나보내기보다는 누군가의 몸에서라도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에 뇌사장기기증에 동의해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측)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기증원은 설명했다.

 

가족들은 렁통쿰쿨씨가 뇌사로 떠나게 됐지만 다른 생명을 살리며 기적을 베풀고 가길 원하며, “그녀가 우리에게 준 마지막 소원이었을 것”으로 믿고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태국의 문화는 사람이 죽으면 다시 환생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고 믿기에 떠나는 순간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선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국 방콕에서 태어나 1남 3녀 중 둘째인 렁통쿰쿨씨는 늘 밝고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유쾌한 성품이었고, 힘들고 지친 주변 사람을 포옹해주며 힘을 주는 긍정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렁통쿰쿨씨는 방콕 미용실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늘 열심히 노력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자주 즐겼으며, 고양이와 함께 놀고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고 기증원은 밝혔다.

 

렁통쿰쿨씨 어머니는 “푸리마, 너는 우리 삶에서 늘 최고였고, 너를 집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 먼 길을 왔어. 이제 편히 쉴 시간이니,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하늘에서 편히 쉬어. 우리는 항상 마음 깊은 곳에서 널 생각하고 사랑할게”라고 말했다.

 

해외 국적 뇌사자장기기증자는 2019년 7명, 2020년 8명, 2021년 7명, 2022년 7명, 2023년 7명, 2024년은 현재까지 4명으로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의 약 1.8%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