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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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기근 위험 더 커지나…‘구호품 전달’ 임시 부두 조기 해체

악천후·보안 우려로 운영 중단

미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위해 설치한 임시 부두를 영구적으로 해체한다고 A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악천후를 피하기 위해 여러 차례 이동해야 했던 부두가 이날 다시 해안선에 연결되지만 며칠 동안만 운영되고 해체된다. 

가자지구 해안에 설치된 미군 임시 부두. AP연합뉴스

미군은 2300만달러(약 318억원)를 들여 5월17일 임시 부두를 설치했다. 하지만 이후 악천후로 부두가 손상되고 보안 우려로 운영이 중단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부두가 제대로 부두가 사용된 건 20일도 되지 않으며, 그 기간에도 구호품을 분배하지 않고 해변에 하역하는 데 그쳤다.

 

부두는 처음부터 이스라엘을 압박해 운송이 효율적인 육로를 더 개방할 때까지 사용할 임시방편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를 공습한 이후 육로 수송은 급격히 감소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수송 트럭의 수는 5월 840대에서 6월 756대, 7월 18대로 급격히 줄었다.

 

임시 부두가 조기 해체되면서 가자지구 내 기근 문제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유엔은 기아 감시 시스템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 가구 절반 이상은 집에 먹을 것이 없으며, 20%는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고 밝혔다.

 

IPC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3개월 안에 가자지구 전역 인구의 96%(약 200만명)가 기근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근은 유엔이 5단계로 분류한 식량 위기 심각성 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다. 2000년대 이후 유엔이 기근을 선포한 건 단 두 번 뿐이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