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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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정식 방불케 한 이재명의 대표직 연임 선언… “기본사회 피할 수 없는 미래”

‘기본사회’ 건설에 ‘에너지 고속도로’까지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미래 비전
당대표직 연임 선언문에 쏟아부은 李
“與 전대와 차별화·미래지향적 메시지”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대표직 연임 도전 선언은 전당대회를 넘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소득·주거·금융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인공지능(AI)과 재생 에너지 등 열쇳말을 중심으로 미래 지향적 메시지를 내는 데 집중했다. 소득과 복지 등 분야를 아우르는 ‘기본사회’ 건설 필요성도 강조했다. 지난 대선 때 그가 “과거와 싸울 시간 없다”, “지금 필요한 건 ‘경제 대통령’”이라며 강조했던 사안들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차기 대선 주자로서 준비된 면모를 강조하는 한편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후보한테 보낸 문자를 두고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여당 당권 주자들과 차별된 모습을 보이겠단 의도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뉴스1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대표직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그가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침체된 경제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거란 희망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혁신 역량은 고갈되고 저성장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불평등과 양극화는 갈수록 극단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로사로 숨진 택배 노동자 정슬기씨 사연을 소개하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나라이며 무엇을 위한 사회인가”라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영국이 14년 만의 정권교체 이뤘고 프랑스에선 좌파연대가 총선 승리를 거머쥔 점을 거론하며 “국민들이 진보냐 보수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경제와 줄어드는 복지 때문에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절규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목소리와 시대 요구에 부응하며 새 시대로 나아갈 것인가, 엄혹한 현실을 외면한 채 퇴보와 정체의 길을 갈 것인가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우리 자신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며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에 대해 투표를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삶 책임지는 기본사회로 가야”

 

침체된 경제를 살릴 돌파구로는 기초과학과 미래기술에 기반한 AI와 재생 에너지를 제시했다. 그는 “세계 경제 역사는 생산성 향상의 역사,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라며 “과학기술과 연구·개발(R&D)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AI의 보편화는 상당수 국민을 노동으로부터 소외시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일할 수 없는 예외적 소수를 보호하는 복지제도는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며 “결국 소득·주거·교육·금융·에너지·의료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성원의 기본적 삶을 권리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기본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했다.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체계를 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기존 철학도 재차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RE100 등 정책으로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점을 소개하며 “본격적인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재생 에너지 생산과 공급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에너지 고속도로를 이용해 전국 어디서나, 국민 누구나 햇빛, 바람, 지열, 수력 등 자연력을 이용해 재생 에너지를 생산해 팔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AI에 기반한 스마트 그리드 전력망을 전국에 구축해 국민 누구나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필요한 곳에 판매하는 에너지 대전환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 “농촌 주민들이 햇빛 연금, 바람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밖에 이 전 대표는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한 주 4일제 정착,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남녀 공동의 양육 장려, 한반도 평화에 기반한 경제 번영 등의 중요성도 거론했다.

 

이재명 캠프 권혁기 총괄팀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들의 정치 공세와는 달리 차별화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국민과 당원들에게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배민영·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