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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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정식' 연상케 한 李 출마선언…민생중심 수권정당 강조

정쟁 이슈 언급 없이 과학기술·기본사회 등으로 대권주자 면모 부각
'당원 중심정당' 기조 힘실어…'일극 체제' 비난은 여전히 부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10일 8·1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은 대선후보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이 전 대표는 선언문에서 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국 이슈나 민주당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간 반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에 메시지의 초점을 맞췄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언문이 사실상의 '대선 출마 선언문'이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발표한 출마선언문에서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먹사니즘'을 핵심 키워드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초과학·미래기술 집중 투자, 에너지 전환, 2035년까지 주4일제 정착 등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에게는 '평화가 곧 경제'"라며 국익 중심의 실용적 외교를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당 운영에 대한 청사진보다 이처럼 국가의 운영 비전을 비중 있게 제시한 것은 결국 이 전 대표가 중심이 된 수권정당의 면모를 내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와 민생, 안보 등 현 정권의 국정을 낙제점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민주당과 자신을 확실한 대안으로 부각해 향후 대권가도의 기틀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당 대표 선거의 슬로건을 '국민 옆에 이재명, 다시 뛰는 대한민국'으로 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총선에서 민주당의 단독 과반의석 확보 등 야권이 압승한 것은 결국 민심이 정부보다는 국회, 여당보다 제1야당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인식이다.

이 전 대표를 상징하는 '기본사회'가 출마선언문에 등장한 것도 결국은 국정운영 청사진을 갖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재차 각인시키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소득, 주거, 교육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성원의 기본적 삶을 권리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기본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탄핵 등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을 향한 공세적 발언이나 '사법 리스크' 관련 언급은 선언문에 없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정쟁적 요소는 최소화하려 했다"고 전했다.

당내 상황과 관련해 언급된 이슈로는 사실상 '당원 중심의 대중적 민주정당으로의 발전'이 유일했다.

이 전 대표는 "당원이 당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당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당의 의사와 활동에 참여하는 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당원 주권을 강화한 최근의 당내 흐름과 일맥상통하지만, '일극 체제' 우려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전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시스템과 인적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