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일본 사이토 모토히코 효고현 지사가 다수의 비위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문서를 배포했다 징계를 받은 효고현 고위공무원이 사망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고발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1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7일 효고현 A국장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A국장은 지난 3월 직원들에 대한 갑질, 효고현 내 기업들부터의 물품 수수, 현청 직원의 선거 운동 개입 등 사이토 지사의 비위행위를 7가지로 정리한 문서를 현의회, 언론에 배포했다.
같은 달 27일 사이토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A국장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징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얼마남지 않았던 A국장의 정년 퇴직 인사를 취소했고, 고발문서를 업무시간 중 작성했다는 점을 들어 “공무원으로서 실격”이라고 비난했다. 자체 조사를 실시한 효고현은 지난 5월 “고발문서의 핵심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리고 A국장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현의회 의원 일부가 자체조사로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여름 사이토 지사가 현 내의 가전 회사를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간부가 커피메이커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이토 지사는 제3 기관의 재조사 의지를 표명했으나 반발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권한이 보다 강한 조사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 A국장은 19일 특별위에 출석해 증언을 할 예정이었다.
A국장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뒤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이토 지사를 옹호했던 현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도 “초동 대응이 뼈아프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를 하면서 일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이토 지사에게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이제 지사를 지키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효고현 노동조합은 이날 사이토 지사의 사직을 요구했다.
아사히는 조직 내의 부정을 개선, 시정하는 내부고발은 ‘공익신고’로 불리고 고발자가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법률이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번 사건이 “안심하고 고발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정비할 지를 부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고발자가 수사를 받거나 감봉, 정직 등의 징계를 받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가고시마현 경찰의 간부가 내부문서를 외부에 제공해 기소됐다. 그러나 해당 간부는 재판에서 “현경 본부장의 비위 은폐를 고발하려 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청이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된 2006년 이후 공익제보와 관련된 재판 사례를 조사한 결과 해고, 정직, 인사이동, 감봉 등 제보에 따른 불이익이 쟁점이 된 재판은 84건으로 이 중 44건은 징계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나왔다. 또 일본 정부는 행정기관의 경우 내부고발 창구를 기관 내 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47개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 중 효고현을 포함한 18곳은 따르지 않고 있다.
아사히는 “지난해 12월 전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내부신고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 2448개사 중 30%가 신고 접수가 한 건도 없었다”며 민간의 내부고발 시스템에도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