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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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폐지 따른 수사역량 약화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것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데 이어 어제는 공청회를 열어 이달 중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6개월 안에 검찰개혁을 완료하겠다고 예고한 수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TF는 검찰청 폐지를 전제로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해 중대범죄수사처(중수처)와 공소청에 각각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공청회에서 청취하려 했지만 참석하지 않아 무산됐다. 2년 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시즌1’으로 온 나라를 뒤흔든 민주당이 ‘검수완박 시즌2’를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걱정스럽다.

민주당이 그간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검찰 수사의 잘못된 관행과 무소불위 권한의 통제다. 검찰개혁 당위성에 대해선 공감하지 않는 국민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손사래를 칠지 모르지만 검찰개혁은 결국 이재명 전 대표 수사를 방해하고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의혹 사건 1심 선고가 오는 10월 중 나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행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카더라’ 수준의 의혹 내용으로 검사탄핵안 발의를 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얼마 전 불법 대북송금, 대장동·백현동 사건 등 이 전 대표를 수사한 4명의 검사 탄핵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여론의 매서운 질타를 받았다.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은 내용으로 검사탄핵안을 발의한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운운하니 누가 신뢰하겠나.

검찰개혁은 번갯불에 콩 볶듯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중요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처는 총리실 산하에, 공소제기·유지와 영장청구를 담당하는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신설하는 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때 설치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실패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하나. 검찰청이 폐지되면 수사역량이 약화돼 범죄자가 활개치는 세상이 될 게 뻔하다. 그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음을 민주당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힘자랑을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