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오픈AI, 중국 서비스 중단… 中 AI산업 자립 기회 될까

API 금지 조치 공식 발효

오픈AI 의존 기업 당장은 타격 불가피
자체 기술 개발 탄력 받을 가능성도
中, 대형 AI모델 美 이어 두 번째 많아
현지 AI기업들, 오픈AI 사용자 유인
일각 “美, AI공급망 소외 전략 차질”

인공지능(AI)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 기업 오픈AI가 중국에서 서비스를 철수했다. 중국 AI 산업에 충격파가 없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오히려 미국을 바짝 추격하는 중국 AI 산업에 발전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 경우 안보와 기술 보호를 이유로 AI 공급망에서 중국을 소외시키려는 미국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셈이 된다.

사진=AP연합뉴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0일 “지난달 말 발표된 오픈AI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서비스 금지 조치가 9일 공식 발효됐다”며 “오픈AI는 현재 180개 이상 국가와 지역에서 API 서비스 액세스를 지원하고 있는데 중국 본토와 홍콩은 제외됐다”고 전했다. 오픈AI는 앞서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접속을 지원하지 않는 지역에서 API 트래픽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오픈AI가 중국에서 API 서비스를 중단하면 현지화된 애플리케이션을 대규모 언어모델에 의존하는 일부 현지 기업에 불가피하게 충격파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런 기업들은 AI 모델에 대한 교체·조정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 이탈과 운영비용 증가를 수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매체는 이런 오픈AI의 조치는 단기적으로 중국 내 AI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중국 기술기업이 자체적으로 대규모 언어모델을 개발하는 독자적인 길을 걷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오픈AI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해왔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자체 개발 모델의 성능을 검증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오픈AI의 서비스 제한에 따라 약 10개의 중국 대기업들이 다른 서비스로 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AI 콘퍼런스에서 중국 기술기업들은 AI 기술력을 과시했다. 중국정보통신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는 총 1328개의 대형 AI 모델이 있는데 이 중 중국의 비중은 36%로 미국(4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1분기 기준 전 세계 AI 기업 약 3만개 중 미국 점유율은 34%로 선두이며 중국은 15%로 뒤를 따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오픈AI의 중국 서비스 차단 이후 AI를 사용하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기회를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센스타임, 바이두, 지푸 AI, 텐센트 클라우드 등 중국 AI 기업들은 무료 토큰 제공, 오픈AI 서비스에서 자사 서비스로의 데이터 이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기존 오픈AI 사용자들을 유인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픈AI의 차단 조치는 우려도 불러왔지만 중국 AI 기업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국 IT 기업들은 오픈AI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센스타임은 최근 공개한 AI 모델 ‘센스노바 5.5’가 오픈AI의 ‘GPT-4’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홍보하며 50만개의 무료 토큰과 무료 마이그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바이두는 ‘어니 3.5’ 모델에 5000만개의 무료 토큰과 무료 마이그레이션 서비스를, 지푸 AI는 자사 모델에 1억5000만개의 무료 토큰을 제공하며 기존의 오픈AI 사용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WAIC)’에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전시돼 있다. 신화연합뉴스

AI 시장에서 중국과의 연계를 끊거나 최소화하려는 미국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컨설팅 회사인 세미어낼리시스 추산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규제를 벗어나도록 설계된 새 칩 H20을 비롯해 올해 약 120억달러(16조5000억원) 상당의 AI 칩을 중국에 판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미 행정부는 중국이 군사적 용도의 강력한 AI 시스템을 갖출 가능성을 지적하며 엔비디아의 반도체 수출을 차단하고 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