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를 계기로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및 총선 비례대표 '사천'(私薦) 의혹을 두고 장외 공방을 벌였다.
특히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서로를 향해 "말이 안 되는 변명", "다중 인격"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며 날을 세웠다.
원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 대해 "없는 것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승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혹시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것이 아닌지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총선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김 여사의 사과 취지 문자를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인 한 후보가 무시한 데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원 후보는 사적 소통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만약 같은 테이블에서 대면해 이야기하면 이것도 당무 개입이고 사적 채널이냐"며 "말이 안 되는 변명은 그만하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한 후보 측의 비례대표 '밀실' 공천 의혹을 제기했던 원 후보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보도가 됐기에 그것으로 갈음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다중인격 같은 구태 정치는 청산돼야 한다"고 맞받았다.
그는 원 후보를 향해 "제 가족이 공천에 개입했다고 말한 뒤 계속 도망만 다니고 있다"며 "이렇게 오물을 끼얹고 도망가는 방식, 이것이 자랑스러운 정치냐"고 비꼬았다.
이어 "허위사실 유포는 심각한 범죄"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나경원·윤상현 후보는 이처럼 원희룡·한동훈, 두 후보가 문자 무시 논란과 사천 의혹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자 각각 '줄세우기'와 '패인 미규명'을 분란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나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나올 수 있는 추태는 다 나온 것 같다"며 "줄 세우기가 이렇게 극에 달한 전당대회는 처음 봤다. 구태 정치와 손잡은 분들을 빨리 손절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당이 90일이 넘도록 공개적으로 총선 패인을 규명하지 않은 것이 논란의 본질"이라며 조속한 총선 백서 발간을 요구했다.
주자들은 앞선 연설회 정견 발표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한 후보는 원 후보를 겨냥, '선관위 때문에 매터도(흑색선전) 안 하겠다'고 한 다음에 하루 만에 신나게 매터도 한다"며 "지금 분열하는 모습을 보일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원 후보는 "당정이 갈라지면 다 죽는다"며 특히 "채상병 특검, 함께 뭉쳐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통령실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후 특검 검토' 입장과는 달리, 여당의 독자적인 특검법을 추진하겠다는 한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다.
나 후보는 "대통령 눈치만 보는 사람이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느냐"며 "그리고 특검해야 한다, 국정농단이다, 이렇게 상대의 덫에 덥석 들어가는 미숙한 초보에 당을 맡기겠느냐"며 한·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최고위원 후보 정견 발표에서도 신경전이 이어졌다.
한 후보의 최고위원 러닝메이트인 박정훈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문자까지 누군가 공개했다. 정말 못난 짓"이라고 성토했다.
친윤석열계 이상규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초보자에게 큰 함선을 맡겼다가 엄청난 폭풍 속에서 난파했다"고 말해 한 후보 지지자들의 비판을 샀다.
당권 주자들은 이날 PK 발전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총선 당시 '개헌저지선'을 사수한 PK에 대한 감사 인사도 앞다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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