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박수홍 “형 그렇게 믿었는데…뚜껑 열고나니 죽고 싶었다”

“형 1심 일부 무죄? 너무도 부당해…원통함 느껴”

방송인 박수홍(54)씨는 형 진홍(56)씨의 1심 재판부가 회삿돈 횡령 혐의는 유죄로 보고, 정작 자신의 자금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시한 것에 대해 "너무 부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연합뉴스

 

박씨는 10일,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송미경 김슬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형과 형수 이모(53)씨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해 "사실관계가 왜곡된 판결에 꼭 증언을 하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지난 15년 동안 가족의 자금 흐름을 관찰한 세무대리인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2014∼2017년 형 부부가 취득한 부동산의 가치가 43억원인데, 그들이 각종 보수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고 가정하더라도 매수하기에는 20억원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그는 "제 개인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돈을 더하지 않으면 절대 취득할 수 없는 부동산을 저들의 명의로 취득했다"며 "4년 동안 횡령하지 않고선 절대로 이룰 수 없는 부동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에게는 '너를 위한 재테크'라고 하면서도 2011년부터 동업이 해지된 2020년까지 제 이름으로 된 부동산은 없었고, 모두 두 사람이 50% 나눠 가진 부동산뿐"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 모든 걸 제가 30년 동안 일으켰는데 (기획사가) 가족회사란 이유로 이들이 제 자산을 마음대로 유용하는 것을 원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것을 보고 정말 통탄함을, 원통함을 느꼈다"고 했다.

 

왜 형에게 일임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박씨는 "연예계 생활은 소속사와 분쟁이 많아서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제 형제를 믿어야 했다"며 "너무 검소했고 저를 위해 산다고 늘 얘기했는데 뚜껑을 열고 나니까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울 때 누군가 손 잡아주는 게 혈육이라고 믿는 분들께 나쁜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너무나 죄송하지만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증언"이라며 "가족이라 하더라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박씨는 "(형 부부를) 다시 볼 용기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다"며 "제 소원은 아침에 일어날 때 저들 생각이 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진홍씨는 대체로 동생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다. 동생이 불리한 증언을 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진홍씨는 2011∼2021년 동생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면서 회삿돈과 동생의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회삿돈 20억원 횡령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16억원 상당의 동생 돈을 가로챘다는 혐의는 무죄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일부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씨는 무죄가 나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