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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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값 폭락에 농가는 ‘牛牛’… 소비자 가격은 여전히 ‘ㅠㅠ’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거리로 나선 위기의 축산 농가

전쟁 등 여파 사료값 급등… 생산비 증
공급 과잉 겹쳐 소값은 34%나 떨어져
소 한마리 팔때마다 평균 140만원 손실

유통비 절반 차지… 소매가 인하는 ‘찔끔’
농가들, 한우법 제정·안정화 방안 촉구
유통구조·수급 개선 등 대책 마련돼야

한우 도맷값이 폭락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어든 데다 2019년 이후 줄곧 제기된 공급 과잉 문제가 더해지면서 한우산업 자체가 존립 위기에 놓였다는 전언이다. 당장 한우 농가는 사료값 인상으로 생산비용이 급증했다며 “소 키워 남는 건 소똥뿐”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에게 소고기는 여전히 ‘비싸서 못 먹는’ 음식이다. 도매가와 소매가격이 따로 노는 유통구조 탓이다.

정부는 수요 촉진과 농가 경영안정 대책을 펴고 있지만, 한우산업 기반 및 경쟁력의 강화를 위한 중장기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우 도매가격 뚝… 거리로 나선 농가

한우 농가들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 집회를 열고 경영난을 겪는 농가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 제정 △한우 암소 2만마리 긴급격리 및 수매대책 수립 △사료 가격 즉시 인하 △정책자금 상환기한 연장·분할 상환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을 요구했다.

실제 한우 농가의 경영난은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우 비육우(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는 소) 수익은 마리당 142만6000원 적자로 나타났다. 한우 비육우 1마리를 키워 팔았을 때 생기는 수입이 평균 878만5000원인데, 사육비는 1021만1000원이 들어 마리당 140만원 넘게 손해를 보는 형편이다. 한우 마리당 수익은 2020년 5만8000원에서 2021년 29만2000원으로 올랐다가 2022년 -68만9000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적자폭이 더욱 커졌다. 한우 농가들은 올해 적자폭은 더 커져 마리당 200만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비 증가는 무엇보다 사료값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2020년 1㎏에 412원이던 고기소용 배합사료는 작년 584원으로 급등했다.

사료값이 오르는 동안 소값은 하락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00㎏ 수소 1마리는 2020년 544만원에서 지난해 359만원으로 34% 하락했다. 공급 과잉 원인이 크다. 2018년(1분기 기준) 280만마리이던 한우 사육두수는 2020년 303만마리로 늘어났고, 작년 347만마리까지 급증했다. 그 결과 한우 도매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농가 경영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농경연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우 수급 상황을 ‘안정-주의-경계-심각’ 중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평가하고, 즉시 수급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소맷값은 여전… 유통구조 문제

한우 도매가 급락에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고기값은 여전히 비싸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 ‘1+’ 등급 한우 도매가는 ㎏당 1만5387원으로, 1년 전(1만7275원)보다 10.9% 내렸다. 같은 기간 소비자 가격은 1+ 등급 등심 기준 100g당 1만878원에서 1만484원으로 3.6%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차이는 무엇보다 소비자 가격의 대략 48%에 달하는 유통비용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우는 농가에서부터 소비자에 도달하기까지 일반적으로 6∼8단계를 거친다. 도축과 가공, 운반 등 단계별로 마진이 붙는데, 그 과정마다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유통비용도 덩달아 늘어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소비자 가격 중 유통비 비중을 뜻하는 유통비용률은 53%로, 10년 전(45.2%)보다 7.8%포인트 올랐다. 정부는 이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통구조 개선 및 신소비시장 창출 등을 담은 한우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하반기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우 과잉 공급도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발표한 한우 수급 안정대책에 따라 단계적으로 사육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다만 이미 과도하게 늘어난 사육규모 영향으로 올해까지 도축되는 소 마릿수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한우 97만5000마리가 도축되고, 2025년 93만2000마리, 2026년 85만6000마리, 2027년 81만4000마리, 2028년 79만5000마리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축 규모가 감소세로 전환되는 내년 이후 도매가는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