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울산 HD를 시즌 중 떠나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며 ‘뒤통수 논란’에 휩싸인 홍명보 감독이 불편한 동거를 마치고 작별한다.
축구계에 따르면 홍 감독은 11일 오전 회복 훈련을 마치고 선수와 코치진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홍 감독은 13일 FC서울과 홈 경기까지 울산 지휘봉을 잡으려 했지만, 전날 광주FC전에서 팬들의 반발이 심해 팀을 떠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홈에서 열린 광주전에서 팬들은 “홍명보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한축구협회와 홍 감독을 규탄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경기장에 ‘피노키홍’이라는 걸개로 홍 감독을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했다. 대표팀 감독으로 하마평에 오르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울산 팬들을 안심시켰던 홍 감독은 일주일 사이에 말을 뒤바꾸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서울전은 홍 감독을 보좌했던 이경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을 전망이다. 울산은 전날 치른 광주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 경기에서 0-1로 졌다. 리그 3연패에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 울산이 올 시즌 안방에서 패한 건 처음이다. 울산은 포항(승점 41), 김천(승점 40)에 이어 리그 3위(승점 39)로 추락했다. 4위 강원FC(승점 37)와의 승점 차도 2점이다.
홍 감독은 지난 7일 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됐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는 8일 브리핑을 열고 홍 감독 선임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간 고사 의사를 밝혀 온 홍 감독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가, 광주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홍 감독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한다. 내 안의 무언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광주전에서 홈 팬의 비판을 의식한 감독은 끝날 때까지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팬들과 인사할 때도 야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