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은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새롭게 떠오른 효자종목이다. 시드니에서 김영호가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최초 금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2020 도쿄까지 한국 펜싱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8개를 가져왔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펜싱이 든든한 메달밭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가장 믿음직한 것은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다. 2012 런던과 2020 도쿄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24 파리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종목 로테이션으로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에는 멤버 변화가 있다. 김정환(41)과 구본길(35), 오상욱(28), 김준호(30)는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라 불리며 2020 도쿄를 비롯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수많은 국제대회를 석권해왔다. 그러나 김준호가 지난 1월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맏형 김정환이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대신 신예 박상원(24)과 도경동(25)이 사브르 대표팀에 합류해 ‘뉴 어펜져스’가 결성됐다. 박상원과 도경동은 2012 런던대회에서 사브르 대표팀의 단체전 금메달을 보고 펜싱을 시작한 ‘2012 런던 키즈’다.
현재 단체전 세계랭킹 1위인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올림픽 3연패의 대항마는 최근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랭킹 2위의 미국과 오랜 기간 같은 멤버들이 호흡을 맞춰온 3위 헝가리가 꼽힌다. 여기에 펜싱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에 판정 등 유럽 국가들의 텃세도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3연패 도전의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맏형 구본길과 둘째 오상욱은 개인전에서도 메달에 도전한다. 오상욱은 2020 도쿄에서 개인전 세계랭킹 1위 자격으로 출전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인해 크게 떨어진 근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8강에서 탈락한 바 있다. 올해 초 손목 부상 등으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던 오상욱은 지난달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우승을 거머쥐며 건재함을 알렸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을 모두 제패한 오상욱에게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은 그랜드슬램을 위한 마지막 숙제다.
구본길도 2012 런던과 2020 도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지만, 숙원인 개인전 메달까지 노린다. 원우영 코치가 개인전 다크호스로 구본길을 지목할 정도로 컨디션은 최상이다. 구본길은 “런던 때부터 메달 색깔 상관없이 개인전 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했는데, 한 번도 못 땄다. 이번 파리에서는 개인전 메달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