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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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밀착하는 中·러와 견제하는 나토

러, 우크라전 후 서방과 대결구도
중국과 손잡고 대항전선 넓혀가
나토, 정상회의에 韓·日 등 초청
‘유리한 위치’ 韓, 독보적 역할을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서방과 대결 구도에 접어든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항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7월 3~4일간 정상회의를 개최한 상하이협력기구(SCO)가 대표적이다. SCO는 1996년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3개국이 접경지역 군사적 신뢰 구축을 목적으로 시작한 상하이-5(shanghai Five)를 모태로 한다. 2001년 공식 출범한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2017년), 이란(2023년)에 이어 금번 정상회의 계기에 벨라루스가 가입하면서 10개국으로 확대되었다. 세계 인구의 40%, 세계 경제의 20%를 차지하여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외 14개국이 대화상대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SCO는 지역 안보와 군사협력에서 나아가 디지털, 과학기술 혁신, 기후변화와 지속가능발전 등으로 협력의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SCO는 자체 헌장과 정상회의, 장관급회의 및 분야별 조정위원회를 두는 등 조직 측면에서도 체계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SCO의 양적 및 질적 성장을 거듭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항하여 대안적 세계질서를 제시하는 새로운 유라시아 다자협의체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

신흥 경제대국의 모임으로 시작한 브릭스(BRICS)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작년 제15차 정상회의에서 BRICS를 G7에 대항할 수 있는 글로벌 사우스의 협의체로 규정하였다. BRICS 자체 화폐와 중국 위안화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미 달러화 패권에 대한 도전도 가시화하였다. 올해 1월부로 BRICS도 10개 회원국 체제가 되었다. 공식적으로 가입을 신청한 국가 수도 22개에 달한다. 올해 BRICS 의장국인 러시아는 오는 10월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국제질서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목표하에 광범위한 의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중·러가 주도하는 세력의 규합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은 편치 않다. 이들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명목하에 반서구 연대를 강화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회원국 간의 반목과 이질성 등을 이유로 이 같은 협의체의 내구성을 의심하거나 핵심 주도국인 중국, 러시아의 영향력 한계 등 여러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에도 SCO와 BRICS에 참여하는 국가 수가 늘어날 뿐 아니라 현재의 국제질서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각종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자행된 2022년 이후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올해 7월 10~11일 나토 창립 75주년을 맞은 정상회의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나토가 직면하는 근본적인 위협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종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의미하는 러시아의 안보적 우려와 위험을 불사하는 대응 방식을 고려할 때 나토는 보다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토는 2022년 대서양과 인도-태평양 간의 안보 연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로 정상회의에 초청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다른 선택지를 찾지 못해 중·러가 주도하는 안보협의체에 참여하는 국가들을 포용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들은 중, 러와는 다르다. 반서방(Anti-West)이기보다는 비서방(Non-West)의 정체성이 강하다. 이들이 반서방으로 돌아서지 않고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 번영할 길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국은 비서방 국가들과 협력하기에 유리한 지리적, 역사적, 경제적 위치에 있다. 비서방 국가들과 나토의 협력을 촉진하고, 나아가 이들이 반서구 블록에 의존하지 않고도 경제발전을 이룩할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나토의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로서 독보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