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끼리 니 죽고 내 살기로 깔찌뜯으면(헐뜯다) 표 받겠나. 때 안 묻은 한동훈이 낫지.”(부산 책임당원 이수정(69)씨)
“한동후이는 ‘내보다 똑똑한 사람 없다’ 식이라, 원희룡이는 싫은 소리 들어도 ‘형님 형님’ 이래 잘 넘긴다.” (대구 책임당원 심인석(58)씨)
“나경원이 오랫동안 당에 헌신해왔다. 정무적으로 능숙하고 갈등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대구 책임당원 박모(28)씨)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뽑는 7·23 전당대회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9∼10일 ‘보수 텃밭’ 대구·부산 일대에서 만난 당원들의 표심은 ‘한동훈 vs 반한동훈’ 구도로 엇갈렸다.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 ‘사천 논란’ 등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를 꺾으려는 네거티브 공방이 극에 달하면서 당원들은 피로감과 당정관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심씨는 “지금은 누가 되더라도 시끄러운데, 더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할 사람이 낫다”며 “한동훈이 대표되면 단타로 끝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반면 부산 부평깡통시장에서 만난 이씨는 “윤석열이를 지킬라 카면 뭉쳐야지”라며 “저쪽(야당)에서 밀고 들어오는데 식구 헐뜯는 게 챙피시럽고 꼴배기 싫다”며 한 후보를 지지했다.
11일 이번 전대에서 당원투표가 80%를 차지하며 당심(黨心)을 사로잡으려는 당권주자들의 행보가 거세다. 특히 영남권은 당원 10명 중 4명 이상이 집중된 보수 전통 텃밭으로, 영남 표심을 사로잡는 후보가 곧 당심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전날 모든 후보가 부산합동연설회 연단에 올라 22대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를 사수해준 부산·울산·경남(PK) 당원들에게 앞다퉈 감사를 표한 데 이어, 12일엔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 구애 작전에 나선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기관의 지난 8일∼10일 일반국민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는 한동훈 27%, 나경원 10%, 원희룡 7%, 윤상현 2% 순으로 나타났지만, 당심의 향방에 따라 어대한 기류가 꺾일지 주목된다.
부산·대구에서 만난 한 후보 지지 당원들은 당정관계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한 후보가 ‘여소야대 국면을 헤쳐나갈 공격수’라며 높은 점수를 줬다. 대구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70대 김모씨는 “싸움은 한동훈이가 최고 잘하는데, 대통령이랑 사이가 문제”라며 “가정으로 따지면 (대통령이) 아버진데, (한 후보가) 대표 되면 응어리를 잘 풀어드려야 않겠나”라고 했다. 대구 동성로에서 만난 원준기(30)씨도 “한동훈이 얄미워 보일 순 있어도 우리 당에 그 정도 언어구사력을 가진 인물 없다”며 “젊고 변화를 추구하는 이미지도 장점”이라고 했다.
원씨와 같은 영남권 2030세대 청년 당원들은 한 후보를 ‘변화’의 아이콘으로 꼽으며 지지를 보냈다. 원씨는 “축구협회에서 젊은피 수혈한다고 박주호 전 국가대표 영입해놓고 무시하는 것처럼, 이 당도 ‘청년’, ‘개혁’ 외치면서 실제론 소홀하다“며 “당에 이해관계가 적은 한동훈이 당을 한 단계 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송영헌(26)씨도 “진흙탕 싸움 그만하고, 대구 청년 유출이 심한데 지방 발전 정책이나 말해주면 좋겠다. 그런 변화는 한동훈이 제일 잘할 것”이라고 꼽았다.
한 후보에 반대하는 당원들은 ‘문자 읽씹’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안정적인 당정관계를 지향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의류업을 하는 류상형(68)씨는 “대통령 부인은 국모인데 답장을 해줘야제”라며 “한동훈이가 되면 대통령이 힘 실어주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경원이가 기량은 나은데 여자다 보니 당 장악력이 걱정”이라고 했다. 보수색이 짙은 지역 특성상 고령층 당원들은 성별을 두고 나 후보보다 원 후보의 손을 드는 모양새였다. 같은 상가에서 섬유업을 하는 구모(70)씨도 “현 정부에 제일 도움되는 거로 뽑을 낀데, 무난한 건 원희룡”이라고 했다.
한 후보를 향한 ‘좌파 프레임’ 공세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대구 북구에 사는 박모(28)씨는 “한동훈 위원장이 보수 정당에 합류하기 전, 문재인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어서 좌파성향 이념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다“고 했다.
후보 간 치열한 난타전을 못마땅해 하며 선택을 유보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국수집을 하는 70대 이모씨는 “장사 안 돼 힘든데 시끄럽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기라”라며 “아직까지 누구를 할까 감을 몬 잡겠다. 막상막하”라고 고민했다. 부산에서 법인택시를 모는 60대 김모씨는 “원희룡이는 개인택시 부제(3일에 하루 쉬어야 할 의무) 없애서 불만 많고, 한동후이는 너무 빨리 나왔다”며 “(김건희 여사) 문자 그런 건 지금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