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을 잃은 배는 위태롭기 마련이다. 중요한 순간 배를 버리고 떠났을 경우 선원들의 동요는 더 커지기 쉽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의 상황이 그렇다. 최근 2년 연속 우승을 일구며 리그 3연패에 도전 중인 울산이 여정을 함께 한 홍명보 감독이 급작스레 지휘봉을 내려놨다. “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단호하던 홍 감독이 일주일 사이 입장을 뒤바꾸면서 팀은 더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졌다.
리그 3연패 도전에 암초가 나타난 울산이 ‘슈퍼스타’ 제시 린가드가 상승 가도를 타고 있는 FC서울을 마주한다. 홍 감독이 떠난 뒤 첫 경기의 결과에 따라 후반기 분위기 양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울산은 13일 울산 문수월드켭경기장에서 서울을 불러 2024시즌 K리그1 23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지난 10일 치른 광주와 홈 경기서 울산은 0-1로 패배했다.
홍 감독의 마지막 경기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 감독 대표팀 사령탑 선임 소식을 전했고, 8일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가 브리핑했다. 큰 논란 속에서도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잠수’탄 홍 감독은 고별전이 된 광주전서 패배와 함께 쓸쓸하게 퇴장했다. 팬들은 “홍명보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한축구협회와 홍 감독을 규탄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경기장에 ‘피노키홍’이라는 걸개로 홍 감독을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했다.
당초 서울전까지 지휘봉을 잡으려 했던 홍 감독은 홈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다음 날 바로 물러났다. 홍 감독은 11일 오전 회복 훈련을 마치고 선수와 코치진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홍 감독이 마지막 경기를 패배로 장식하면서 울산은 안방에서 처음으로 졌다. 순위표에서도 울산은 포항(승점 41), 김천(승점 40)에 이어 리그 3위(승점 39)까지 추락했다. 4위 강원FC(승점 37)와의 승점 차도 2에 불과하다.
홍 감독이 물러나면서 한동안 울산은 이경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이끌 전망이다. 울산은 정식 사령탑을 수소문 중이다. 대행 체제에서 승리가 중요하지만 울산은 최근 기세가 좋은 서울을 만난다. 울산은 지난달 26일 대구전 1-0 승리 이후 리그 3경기 무승에 빠졌다. ‘동해안 더비’ 포항에 1-2로 패했고, 수원FC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에 그친 울산은 직전 광주전에서 또 승리를 수확하지 못했다.
반면 서울은 홈에서 3연승을 달려 초반 부진을 씻고 리그 6위까지 반등했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자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의 린가드가 첫 필드골에 성공하는 등 컨디션이 절정이다. 지난 19라운드 강원전에서 페널티킥으로 데뷔골을 넣었던 린가드는 10일 대전전(2-1 승)에서 헤더로 마수걸이 필드골이자, 팀의 결승골을 터뜨렸다. 두 팀은 직전 맞대결에서 2-2 무승부를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