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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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손끝 저리다는 우리 엄마…50∼60대 여성 위협하는 ‘이 병’은 [건강+]

손목터널증후군, 수근관 좁아져 신경 눌리며
무감각·저린감 등 이상 감각이 나타나는 질환
환자의 절반 50~60대 여성, 손목 쉬게 해줘야
# 60대 박 모 씨는 지난해부터 만 1세 손주를 돌보기 시작했다. 딸이 출근한 동안 집안 살림과 손주를 봐주는 생활은 녹록지 않았지만 아이 웃음을 보면 피로가 사르르 녹았다. 그러나 최근 손끝이 저리기 시작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병원을 방문한 결과 손목터널증후군을 진단받았고, 병원에서는 박 씨에게 휴식을 권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앞쪽의 작은 통로인 수근관이 좁아져 여기를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정중신경이 감각을 담당하는 부위에 무감각이나 저린감 등의 이상 감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잘 때 유독 저린감이 심해져 잠에서 깬다든지, 손목을 한 자세로 오래 유지했을 때, 손가락 끝에 저린감이 생기는 것도 손목터널증후군의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오래 방치하면 엄지손가락 쪽 근육이 위축돼 손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환자의 절반은 50~60대 여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손목터널증후군(G560)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6만4307명 중 50~60대 여성 환자가 44%(7만2710명)에 달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구기혁(사진) 교수는 이에 대해 “아무래도 가사일 등 손목을 쓰시는 일이 많은 것이 이유일 수 있다”라며 “손목터널증후군은 원인이 불분명하다. 통풍이나, 아밀로이드증, 석회화 등으로 인해서, 손목 터널 안에 덩어리가 발생해서 정중신경이 눌리는 경우도 가끔은 있지만 매우 드물다. 이외에도 당뇨, 신기능 저하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자가진단 검사(팔렌검사·Phalen’s test)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양 손등을 맞대어 ‘ㄱ자’로 손목 굽힌 자세를 1~2분가량 지속했을 때, 엄지에서 네 번째 손가락까지 이상 감각이 느껴지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손목 터널이 위치하는 부위를 30초 정도 꾹 누르고 있을 때(정준신경 압박 검사) 손가락 끝에 이상 감각을 느낀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자가진단 후 병원을 방문하면 신경전도 검사와 근전도 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는 평소 손목 사용을 줄이고, 잠잘 때 손목을 고정해 주는 보조기, 진통소염제 복용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중등도 이상일 때는 스테로이드 주사가 가장 많이 쓰이는데 대개 주사 치료 후 한 달 안에 호전된다.

 

그러나 저린감 등 증상이 심해 버티기 힘든 경우나 손목터널증후군을 오래 방치해 엄지두덩의 근 위축이 진행되고 있거나, 손가락의 감각 저하가 심할 경우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신경활주운동 방법.

가장 좋은 방법은 손목을 쉬게 해주고 아껴주는 것이다.

 

구 교수는 “실제로 식당 사장님 등 힘든 일을 하시면서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고생하시다가, 작업을 바꾸면서 자연스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손목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강을 위해서는 손목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손가락을 다양하게 쥐었다 폈다 하거나(신경활주운동) 손을 벽에 댄 상태에서 30초 정도 엄지 아랫부분을 당겨 횡수근인대를 늘려 스트레칭하는 것이 도움된다. 중립 자세로 단단하게 손목을 고정해 줄 수 있는 보조기를 잠잘 때 착용하는 것도 좋다.

 

손목보호대, 버티컬마우스 등의 제품은 손목터널증후군 증상을 좋게 만든다는 근거는 부족하지만 손목을 따뜻하게 유지해주거나 손목 부담이 줄어 편안하다고 느낀다면 사용해도 괜찮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