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12일 제4차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 대야 투쟁을 위한 내부 결속을 강조하면서도 전날 TV토론회에 이어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공세를 이어갔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를 의식한 듯 연설 발언은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지만, 장외에서는 치열한 설전이 계속됐다.
한동훈 대표 후보는 이날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서 “원희룡의 정치는 청산해야 할 구태 정치이고, 승리를 위해 넘어서야 할 난관 그 자체”라거나 “쌍팔년도식 색깔론과 더러운 인신공격, 한 방에 날려주자”며 원희룡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 후보는 실제 연설에서 이런 내용을 빼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거나 대야 투쟁 의지를 다지는 데 더 집중했다.
한 후보는 “나는 큰마음을 가지고 큰 정치를 하겠다”며 “민주당의 폭주를 물리치고 보수정권을 반드시 재창출해달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지켜달라는 것, 내가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는 이날 당권 주자 중 유일하게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을 사양한 채 현장을 떠났다.
원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누군가는 인생의 ‘화양연화’였는지 몰라도 우리 모두 지옥을 겪었다”며 “채 상병 특검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것인데, 바보같이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108석으로 어떻게 탄핵을 막느냐고 한다”며 연설 내내 한 후보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영화 ‘대부’의 대사를 인용해 “적과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가 배신자”라고 한 후보를 비판했다. 원 후보는 연설회 진행 중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여론조성팀 운영 의혹, 총선 비례대표 사천 의혹 등을 거론하며 한 후보에게 당무 감찰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나경원·윤상현 후보는 두 사람의 거친 설전에 따른 전대 과열을 우려하는 식으로 에둘러 비판했다. 나 후보는 “우리는 전당대회에서 미래보다 과거에 집착하고 있으며, 내 자신에 대한 성찰보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며 “우리가 서로 헐뜯고 싸울 만큼 지금 한가한 상황인가”라고 서로를 향한 비방 자제를 촉구했다.
윤 후보는 연설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원·한 후보를 두고 “두 분은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패한 분들이고, 그래서 자칫 전당대회가 대권 후보들의 격론의 장이 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들도 친한(친한동훈) 대 반한(반한동훈)으로 갈려 날을 세우고 있다. ‘반한’ 이상규 최고위원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에, 또 비대위원장 시절에 주어진 권한과 자원에도 불구하고 무능력으로 총선을 대패했다”고 말해 한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항의를 샀다. 반면 박정훈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좋아서도 지켜야겠지만 싫어도 지켜야 한다”며 ‘한동훈팀’으로 윤석열정부 성공을 위해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