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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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도네에 진심인 와인산지…꼬뜨 드 세잔 샴페인 마셔봤나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꼬뜨 데 블랑 명성에 가린 꼬뜨 드 세잔/쵸크 토양에서 뛰어난 포도 자라는 ‘상파뉴 샤르도네 젖줄’/250명 포도재배자 조합 샴페인 누빌/장인 정신으로 12∼13년 숙성 샴페인 빚어

샴페인 누빌 밀레짐 2012. 최현태 기자

샤르도네(Chardonay). 와인을 잘 몰라도 아마 한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소비자들이 가장 흔하게 접하는 품종이죠. 화이트 와인의 왕, 또는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랍니다. 영화배우로 따지면 ‘천의 얼굴’을 지닌 메릴 스트립과 꼭 닮았습니다. 샤도네이는 강렬한 카리스마나 특징이 거의 없는 매우 중성적인 품종이라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특히 와인메이커가 원하는 대로 예쁘게 옷을 잘 입어요. 따라서 양조 때 거의 모든 기술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또 주어진 환경에 맞춰 다양한 맛을 끌어내기도 쉽습니다. 추운데서 자라면 레몬, 라임이 도드라지고 따뜻한 곳에서 자라면 열대과일이 풍성해집니다.

메릴 스트립 주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메릴 스트립 주연 <철의 여인>

개성이 적지만 샤르도네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화이트 와인 품종입니다. 바로 부르고뉴 샤르도네 덕분이지요. 샤르도네를 최고의 품종에 올려놓은 또 하나의 와인은 샴페인. 샤르도네는 샴페인에 가장 중요한 생기발랄한 산도와 풍성한 과일향을 이끌어 내고 장기숙성도 샤르도네 몫입니다.

상파뉴 중심산지. FWS
쵸크 토양.

상파뉴 생산지중 최고의 샤르도네 산지는 석회질인 쵸크(Chalk) 토양을 꼽습니다. 꼬뜨 데 블랑(Cote des Blancs)이 가장 유명합니다. 쵸크 토양을 품은 산지가 또 한 곳 있습니다. 바로 꼬뜨 데 블랑의 명성에 밀려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덜 알려진 ‘상파뉴의 숨은 보석’ 꼬뜨 드 세잔(Cote de Sezanne)입니다. 샤르도네에 진심인 장인들이 자연이 선물한 떼루아를 그대로 담는 곳, 꼬뜨 드 세잔으로 떠납니다.

Champagne Neuville Cote Blanche.  최현태 기자

◆제임스 서클링이 선택한 누빌

 

요즘 잘 나가는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5월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행사의 하나로 ‘제임스 서클링 디너’를 마련했습니다. 제임스는 첫 번째 메뉴로 김승련 셰프가 선보인 제주 돌문어와 올리브 타프나드 요리에 꼬드 드 세잔에서 생산되는 샴페인을 페어링했습니다. 바로 르 브룬 드 누빌 꼬뜨 블랑쉐(Le Brun de Neuville Cote Blanche)입니다. 그는 이 샴페인에 93점의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줬답니다. 한 모금 마시자 그의 선택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 집니다. 잘 익은 사과향으로 시작해 오크 발효와 효모앙금 숙성에서 얻은 향들이 커다랗고 하얀 꽃 같은 뉘앙스와 화이트 페퍼의 미묘한 복합미로 피어오릅니다. 볼륨감이 있으면서 생기발랄한 산도와 부드러운 버블이 잘 뒷받침돼 좋은 밸런스를 이룹니다. 

한국을 찾은 샴페인 누빌 Damien Champy 회장(왼쪽), Agathe Bellanger 커머셜 디렉터. 최현태 기자

샴페인 누빌 꼬뜨 블랑쉐 꼬드 드 세잔에서 자라는 45년 수령의 올드바인 샤르도네 100%로 빚는 샴페인으로 포도즙 일부를 오크 발효하며 2차 병발효와 숙성은 30개월 진행합니다. 도사주는 9g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브뤼급의 당도입니다. 샤르도네 단일 품종으로 이처럼 복합미 넘치는 샴페인을 만들어 내다니! 보통 솜씨가 아니네요. 한국을 찾은 샴페인 누빌의 다미앙 샴피(Damien Champy) 회장, 아가더 벨랑저(Agathe Bellanger) 커머셜 디렉터와 함께 누빌의 매력을 따라갑니다. 샴페인 누빌은 씨에스알와인이 단독수입합니다.

상파뉴 토양. 샴페인협회
상파뉴 중심 산지 토양. 샴페인협회
꼬뜨 데 바 토양. 샴페인협회

◆꼬뜨 데 블랑 vs 꼬드 드 세잔

 

유명한 그랑크뤼 마을들이 몰려 있는 꼬뜨 데 블랑은 의심할 여지없는 상파뉴 최고의 샤르도네 산지입니다. 그렇다면 꼬뜨 드 세잔 샤르도네는 꼬뜨 데 블랑 샤르도네에 비해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꼬뜨 드 세잔은 꼬뜨 데 블랑 남쪽에 붙어 있습니다.

Damien Champy 회장. 최현태 기자

“상파뉴를 크게 5~6곳으로 나눴을 때 서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지역이 세잔입니다. 누빌 하우스가 있는 베통(Bethon) 등 12개 마을에 쭉 이어져 있어요. 특히 ‘샤르도네의 젖줄’이라고 불릴 정도로 떼루아가 굉장히 뛰어납니다. 큰 샴페인 하우스들도 다 세잔에서 샤르도네를 공급받아 샴페인을 만들 정도에요. 세잔 샤르도네가 유명한 이유는 꼬뜨 데 블랑과 같은 쵸크토양이기 때문입니다. 쵸크토양은 포도에 굉장히 풍부한 미네랄을 줍니다. 특히 짭조름한 캐릭터를 지녔어요. 포도밭 일조량도 상파뉴에서 가장 뛰어납니다. 딱 한 마을만 빼고는 포도밭이 모두 남향과 동남향입니다. 태양에 하루 종일 노출돼 샤르도네 치고는 굉장히 플럼피(Plumpy)한, 즉 과육이 넘치는 샤르도네가 생산됩니다. 미네랄과 과실미를 모두 충족한다는 점이 바로 세잔의 샤르도네의 매력입니다.”

샴페인 누빌 하우스 위치.
상파뉴 포도밭 전경. 상파뉴협회

제임스 서클링이 선택한 누빌 꼬뜨 블랑쉐에서 풍성한 볼륨감을 느껴진 것은 이처럼 포도밭 일조량 덕분이군요. 상파뉴 대표 생산지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 발레 드 라 마른(Vallee de la Marne), 꼬뜨 데 블랑(Cote des Blancs)은 능선에 따라 포도밭의 방향이 다 다릅니다. 특히 북향과 북동향이 많은데다 고도가 높아 훨씬 서늘한 기후를 띱니다. 이 때문에 서리 피해도 많은 곳이라 생산량이 매년 들쭉날쭉합니다. 반면 세잔 포도밭은 남향과 남동향이라 포도는 일조량을 듬뿍 받아 과실미와 농축미가 풍성합니다. 여기에 쵸크 토양이 주는 솔티한 미네랄까지 더해지니 볼륨감 있는 샴페인 스타일을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덕목을 모두 지녔네요.

샴페인 누빌 라 크라제 데 슈망(왼쪽)과 밀레짐 2012.  최현태 기자

.◆샤르도네, 그 순수함을 담다

 

누빌은 시그니처 라인 꼬뜨(Cote), 우아한 버블감이 매력적인 르 슈망(Les Chemins), 강렬하고 복합미가 넘치는 오톨리즈(Autolyse), 빈티지 컬렉션 밀레짐(Millesimes) 라인을 생산합니다. 포도와 떼루아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한잔의 와인에 담는 것이 누빌의 양조철학입니다. 특히 샤르도네 특유의 프루티하고 신선한 캐릭터를 잘 나타내기 위해 대부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합니다. 일부 오크 발효를 통해 부드러운 질감과 복합미도 넣어 줍니다.

샴페인 누빌 꼬뜨 블랑쉐. 인스타그램

샴페인 누빌 꼬뜨 블랑쉐는 이처럼 신선한 샤르도네와 세잔의 떼루아를 잘 표현한 누빌의 기본급 샴페인입니다. 라임, 감귤, 사과, 서양배의 풍성한 과일향으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 브리오슈 같은 효모향이 피어나면서 복합미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탱크(92%)와 오크통 발효(8%)를 거쳐 30개월 병 숙성하며 도사주는 9g. 리저브 25%, 그해 포도를 75%를 블렌딩합니다. 샴페인은 피노누아와 피노뮈니에로 만들면 블랑 드 누아, 샤르도네로 만들면 블랑 드 블랑이라고 적고 두세 품종을 섞은 샴페인은 이런 표기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를 섞은 누빌 꼬뜨 블랑쉐는 레이블에 ‘블랑 드 누아 앤 블랑(Blanc de Noirs & Blancs)’이라고 적었습니다. 세잔의 특징인 샤르도네가 많이 들어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언어적 유희’를 사용합니다.

샴페인 누빌 라 크라제 데 슈망. 최현태 기자
샴페인 누빌 르 슈망 시리즈 스테이플 코르크 마감.  홈페이지

샴페인 누빌 라 크라제 데 슈망(Champagne Neuville La Croisee des Chemins)은 아주 작은 구획으로 나눠 관리하는 특별 포도밭에서 자란 샤르도네 75%, 피노누아 25%로 만듭니다. 감귤, 자몽, 서양배, 사과향과 하얀꽃이 어우러지며 구조감과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스틸탱크(90%)와 프렌치 오크통 발효(10%)를 거져 60개월 숙성하며 당도는 엑스트라 브뤼급인 5g입니다. 일반 샴페인 마개와 좀 다른 스테이플 코르크가 눈에 띱니다. 샴페인은 보통 2차 병발효와 숙성을 진행할 때 임시 마개인 크라운 스틸 캡으로 막아 놓습니다. 하지만 이 샴페인은 코르크로 막아 2차 병발효와 숙성을 진행합니다. 좀 더 복합적인 풍미를 불어 넣기 위해서랍니다. 이를 언더코르크(undercork) 방식이라고 합니다.

샴페인 누빌 스테이플 코르크 숙성. 홈페이지
Agathe Bellanger 커머셜 디렉터. 최현태 기자

“2차 병발효때 크라운 캡을 사용하면 완전히 밀폐된 상태에서 병 숙성이 진행됩니다. 하지만 코르크를 사용하면 마이크로 옥시데이션(Micro Oxidation), 즉 산화가 아주 미세하게 천천히 진행돼 굉장한 복합미를 줄 수 있어요. 꼬뜨는 가볍게 즐기는 샴페인이고 레 슈망은 미식과 어울리는 프리미엄 샴페인 만큼 오크 발효를 좀 더 많이 하고 미세 산화를 통해 복합미를 높였답니다. 효모 앙금을 제거하는 샴페인 공정 최종작업인 데고르즈망을 요즘은 기계로 진행하지만 언더코르크 방식을 사용하면 기계작업이 불가능해요. 훨씬 공정과 품이 많이 들어가지만 특별한 향을 주기위해 이런 방식을 사용하죠. 어떤 방식으로 숙성됐는지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스테이플 코르크를 최종 마개로 사용합니다.”

Damien Champy 회장. 최현태 기자
샴페인 누빌 밀레짐 2012. 최현태

샴페인 누빌 밀레짐(Champagne Neuville Millesime) 2012는 샤르도네 93%, 피노누아 7%로 스틸탱크에서만 발효합니다. 병숙성 기간이 무려 13년이니 12년 숙성하는 돔페리뇽 P2 보다 더 긴 시간입니다. 당도는 엑스트라 브뤼로 5g입니다. 라임과 감귤로 시작에 온도가 오르면 잘 익은 사과향, 파인애플향과 크고 하얀 꽃의 이미지도 느껴집니다. 구수한 브리오슈에 이어 달콤한 꿀향도 더해지며 13년 숙성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산미가 신선합니다. 입을 꽉 채우는 구조감과 복합미가 미세하고 부드러운 버블과 어우러지며 잘 만든 빈티지 샴페인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밀레짐은 그해 세잔이 어땠는지 사진을 찍는 마음으로 만든 와인입니다. 자연이 선물한 포도와 떼루아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오크 숙성하지 않고 100% 스틸 탱크에서 발효합니다.”

샴페인 누빌 더블 오톨리즈.  인스타그램

샴페인 누빌 더블 오톨리즈(Champagne Neuville Double Autolyse)는 샤르도네 100%로 레몬, 자몽, 서양배로 시작해 파인애플, 리치 등 열대과일이 어우러지고 아카시아 꽃향기와 브리오슈도 더해집니다. 좋은 산도와 크리미한 버블이 입안을 부드럽게 어루만집니다. 이름처럼 효모향을 강조한 와인입니다. 샴페인은 2차 병발효를 끝낸 뒤 그대로 효모 앙금과 함께 최고 12개월 이상 병숙성을 진행하는데 이때 ‘효모자가분해향(autolyse flavor)’이 얻어집니다. 브리오슈 등 깊이감 넘치는 복합미가 바로 이 효모향입니다. 더블 오톨리즈도 무려 12년의 병 숙성을 거치며 당도는 엑스트라 브뤼급인 6g입니다. “샴페인은 사실 자본력의 싸움입니다. 누빌은 조합원이 포도와 포도즙을 판매해 걷어 들이는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정말 자기들이 구현하고 싶은 샴페인을 만들어요. 장인 정신으로 12~13년씩 숙성하는 오톨리즈와 밀레짐이 탄생한 배경이죠.”

누빌 생산자들. 홈페이지

◆세잔 장인들이 모이다

 

1963년 설립된 샴페인 누빌은 포도 재배자 250명이 소속된 조합 와이너리로 지난해 60주년을 맞았습니다. 2023년 기준 연간 20~25만병을 생산합니다. 세잔 베통 인근의 포도 재배자 12명이 포도와 포도즙(스틸 와인)을 남들에게 판매만 할 게 아니라 정말 고품질의 샴페인을 세잔 지역에서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면서 누빌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현재 조합원 250명 소유한 포도밭은 160ha 달합니다. 세잔 전체 포도밭이 1500ha이니 누빌이 생산하는 포도는 세잔의 약 10%가 넘는답니다. 샤르도네 생산량이 90%로 절대적이고 피노누아가 10%입니다. 누빌 포도 생산자들은 30%만 누빌 샴페인을 만들고 나머지 70%는 빅 브랜드인 대형 네고시앙에 포도를 판매합니다.

친환경 포도재배. 인스타그램

유명 샴페인 하우스들이 바로 세잔의 샤도네이를 가져가 샴페인을 만든답니다. 상파뉴 생산자는 크게 포도를 사서 만드는 대형 네고시앙인 NM(Negociant Manipulant)과 자가소유 포도로만 만드는 RM(Recoltant Manipulant)으로 구분됩니다. 또 하나가 누빌처럼 포도 생산자들 모여 만든 조합 하우스로 생산 포도의 일부는 조합의 브랜드 샴페인을 만들고 나머지는 판매합니다. 누빌 회장은 생산자중에서 선출하며 다미앙 회장도 베통에 포도밭 15ha를 보유한 생산자중 한명입니다. 현재 세잔 지역 포도밭 1ha는 15억원에 달합니다. 누빌은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친환경농법과 생산물에 적용되는 HVE(Haute Valeur Environnementale) 인증과 샴페인 지속가능 포도 재배 인증 VDC (Viticulture Durable en Champagne)을 받았습니다.

샤르도네. 상파뉴와인협회
피노누아. 상파뉴와인협회
피노뮈니에. 상파뉴와인협회

◆상파뉴 포도 품종과 역할

 

샴페인의 뛰어난 산미와 미네랄은 품종과 토양 덕분입니다. 삼페인을 만드는 품종은 세가지. 레드품종 피노누아(Pinot Noir), 피노 뮈니에(Pinot Meunier), 그리고 화이트 품종 샤르도네(Chardonay)입니다. 16세기까지만 해도 상파뉴에서 주로 재배하던 품종은 이 세가지 아닌 다른 품종이었습니다. 상파뉴가 원산지인 고대품종 구애 블랑(Gouais Blancs)과 구애 누아(Gouais Noir), 프로멍토(Fromenteau)입니다. 구애 블랑과 피노종이 교배돼 다양한 품종이 탄생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품종이 샤르도네입니다. 학계에서 샤르도네 품종의 DNA를 조사한 결과 구애 블랑의 DNA와 88%, 피노누아 DNA와 79% 가량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샤르도네가 구애 블랑의 강한 산미와 피노 누아의 섬세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질감을 모두 지닌 이유랍니다.

상파뉴 주요 품종.
상파뉴 중심 산지 품종. 상파뉴와인협회
꼬뜨 데 바 품종. 상파뉴와인협회

세 품종 중 가장 중요한 품종을 꼽으라면 샤르도네입니다. 샴페인에 가장 중요한 산도와 신선한 과일풍미를 담당하기 때문이죠. 또 감귤과 은은한 꽃향기, 미네랄톤을 느낄 수 있고 오랜 숙성에도 잘 견딥니다. 여기에 가장 파워풀한 피노 누아가 들어가면 와인에 탄탄한 바디감과 구조감이 더해집니다. 피노누아는 붉은 과일 향과 장미, 바이롤렛 같은 꽃 향기가 특징입니다. 피노 뮈니에는 피노 누아처럼 강렬함은 덜하지만 약간 씁쓸한 느낌과 부드러움을 부여합니다. 피노 뮈니에는 노란색 과일 풍미를 많이 보여주고 샴페인에 부드러움을 더합니다. 두 품종보다 추운 날씨에 강하고 늦게 눈이 터지는 특성 덕분에 서리 피해를 덜 받습니다. 숙성 도 두 품종보다 빠르게 진행됩니다. 발레 드라 마른처럼 점토가 많은 토양이나 혹독한 기후에서도 잘 자랍니다.

세 품종중 피노 누아가 38%로 생산량이 가장 많고 피노 뮈니에가 34%이며 샤르도네는 28%로 생산량이 가장 적습니다. 샤르도네로만 빚는 블랑 드 블랑(Blac de Blancs)이 아니면 거의 피노 누아가 들어가기 때문에 피노 누아 생산량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파뉴 발레 드 라 마른 풍경. 상파뉴와인협회

 

◆상파뉴 토양과 미네랄

 

상파뉴의 토양은 크게 쵸크(Chalk·석회토), 키메르지안 말(Kimmeridgiand Marl·이회토), 모래, 진흙 4가지입니다. 이중 상파뉴 생산자들이 최고의 토양으로 꼽는 것은 쵸크 토양. 최고 품질의 샤르도네가 바로 쵸크 토양에서 재배되기 때문입니다. 샴페인은 산도가 가장 중요한데 석회토양에서 자란 포도들이 우아한 산도를 움켜쥡니다. 석회토양은 쵸크와 라임스톤 두 종류가 있으며 쵸크가 조금 더 미세한 구멍이 많아서 쵸크토양에서 포도를 재배하면 훨씬 더 가볍고 산도 높은 포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쵸크는 해양미생물의 껍질에서 나온 석회석 알갱이라 당연히 미네랄도 풍부합니다.

상파뉴 전체 와인산지.  상파뉴와인협회

◆상파뉴 주요 산지

 

상파뉴는 크게 5개 지역입니다.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는 피노 누아를 주로 재배하며 그 왼쪽으로 길게 뻗은 평야지대인 발레 드 라 마른(Vallee de la Marne)에선 진흙 섞인 석회질 토양이 많아 살짝 축축한 토양을 좋아하는 피노 뮈니에가 주로 생산됩니다. 두 지역 사이 아래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꼬뜨 데 블랑(Cote des Blancs)이 바로 우아한 산미와 풍부한 미네랄을 지닌 최고의 샤르도네가 생산되는 곳입니다. 이름이 블랑일 정도로 토양이 거의 하얀색 쵸크이기 때문에 최고 품질의 삼페인을 탄생시키는 샤르도네가 바로 이곳의 그랑크뤼 마을에서 나옵니다. 쵸크 토양을 품은 또 하나의 산지가 꼬뜨 드 블랑 바로 아래 붙은 꼬뜨 드 세잔(Cote de Sezanne)입니다.

 

반면 남쪽으로 한참 떨어진 꼬뜨 데 바(Cote des Bar)는 필록세라가 유럽 대륙을 휩쓴 뒤 포도가 급감하자 1900년대 이후 상파뉴로 편입된 곳으로 토양이 많이 다릅니다. 키메르지앙 말(Kimmeridgiand Marl), 즉 이회토이며 진흙에 석회가 조금 녹아있는 정도로 그랑크뤼 마을도 없습니다. 다만 묵직한 피노 누아가 많이 재배돼 요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