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를 이끌었던 대표 선수들이 박주호에 대한 법적대응을 예고한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영표와 박지성에 이어 국가대표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이동국도 축구협회의 엄포에 유감을 표하며 박주호의 편을 들어줬다.
이동국은 지난 13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게시판을 통해 “국가대표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K리그에서 오랜 시간을 뛰었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을 느낀다”며 “후배로서, 선배로서 더 잘 챙겨야 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법적대응이라는 한 단어가 내 머릿속을 강타한다”며 “누구보다 노력한 사람한테 이런 단어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전 국가대표 풀백 박주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폭로’ 영상을 올렸다. K리그1 울산 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되는 과정이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일부 전력강화위원이 외국 지도자보다 국내 축구인을선임하도록 몰아갔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축구협회는 박주호가 비밀유지 서약을 어겼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주호는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제시 마쉬 캐나다 대표팀 감독,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잉글랜드) 감독 등 최종 후보로 언급됐던 지도자들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국은 “이번 국가대표 감독 이슈를 놓고 5개월이 넘는 시간을 지켜보며 참 아쉽다고 생각했다”며 “과정이 좋아야 하는데 한국 축구 팬들의 걱정과 기대만큼 잘되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나도 앞으로 여러 부분에서 K리그와 국가대표에 힘이 될 수 있게 노력할 테니 여러분도 한국 축구 응원해주시고 쓴소리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동국은 지난해 1월부터 축구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다가 그해 4월 승부 조작 연루 등 사유로 징계 중인 축구인들에 대한 협회의 ‘날치기 사면’ 조치를 놓고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자리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