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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15억 “아파트값 계속 뛰네”… ‘똘똘한 한 채’ 오늘이 제일 싸다? [뉴스+]

#사례 1. 대전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10억 원대 서울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수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장만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2년 뒤에는 양도세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투자 가치가 지방보다는 서울 아파트가 더 매력적이다”고 만족해했다. 실제로 이 씨 처럼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서울에서 갭투자를 해도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규제가 해제됐다.

 

#사례 2. 서울 강북구에 사는 40대 주부 박모 씨는 요즘 역세권 아파트를 보러 다니느라 바쁘다. 박 씨가 역세권 아파트를 찾는 이유는 뭘까. 그는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지금 아니면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기 힘들 것 같다”며 “대출을 최대한 받아 교통 입지가 좋은 아파트를 매수할 계획이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고가 아파트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과 분양가가 오르고 있는데다, 종합부동산세 규제 완화 움직임도 보이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16일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1만8830건을 분석한 결과, 9억원 이상 거래가 전체의 52.4%(9870건)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매매 거래는 3년 만에 역대 최다 기록을 넘겼다.

 

국토교통부가 실거래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매년 1~5월 기준) 이래 최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15억원 이상 비중은 2006년 0.6%에 불과했지만, 점차 상승해 2019년(10.5%) 처음 두자릿 수를 넘겼다. 이후 2021년 16.6%, 2022년 18.1%, 2023년 17.4% 등 오르내리다 올해 20%에 근접했다.

 

자치구별로는 전체 15억 이상 아파트 거래의 61.7%(2312건)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서 발생했다. 강남구가 860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 747건, 서초구 705건 순이었다.

2024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5채 중 1채는 거래가가 15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최근 고가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것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6주 연속 상승한데다가 상승 폭도 점차 커진 영향이다. 한국부동산원 7월 둘째 주(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은 전주보다 0.24% 올랐다. 상승 폭도 전주(0.20%)보다 확대됐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도 강하다. 한국은행 ‘6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심리지수(CCSI)는 7포인트 오른 108로 상승 전망이 우세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미국 금리 인하 이후 4분기 중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출 것이란 관측도 아파트 구입 심리를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급부족으로 인해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에서 매매로 넘어가는 수요와 갭투자가 맞물리면서 아파트값을 밀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서울지역을 비롯한 주요지역에서 매매가격이 오른 것은 전셋값 상승과 무관치 않다. 전셋값이 오르니 아예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생긴 것” 이라며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면 갭투자가 유입되면서 매매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