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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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덕에… 5대 증권사 순이익 1조 육박

2분기 컨센서스 9519억… 15% 껑충

해외주식 결제액 142조… 2023년보다 50%↑
미국 증시 활황에 수수료 수익 크게 늘어
“위탁매매 수익만 6% 늘어난 7224억원”
채권 평가 이익 증가 등도 실적 개선 한몫
중소형사, PF 환경 악화에 실적 훼손 우려
신용등급 잇단 하락… 증권사 양극화 심화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의 올해 2분기 실적이 1조원 내외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침체에 따른 부실 대출 타격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반기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 특히 미국 증시의 급등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중소형 증권사들이다.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터라 신용등급 하락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어 업계 내 양극화 현상은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자기자본 5조원 이상 5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키움)의 2분기 순이익 시장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9519억원으로 집계됐다. 8285억원이었던 지난해 동기 대비 14.89% 증가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선 컨센서스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나증권은 보고서에서 5개 증권사의 2분기 합산이익을 1조711억원으로 내다봐 컨센서스를 13%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투자증권은 1조669억원, KB증권은 1조178억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대형 증권사의 2분기 호실적은 해외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분기 해외주식 매수·매도 결제금은 1031억5385만달러(약 142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685억3206만달러) 대비 50.52% 늘었다. 이 가운데 미 증시 결제액은 990억139만달러(약 136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649억7231만달러)보다 52.37% 증가했다. ‘서학개미’가 해외주식 붐을 이끌었다. 올해 서학개미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0일 기준 951억428만달러(약 130조9000억원)로 예탁결제원이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최대 규모다.

 

하나증권은 “국내외 주식 거래대금의 탄탄한 증가로 5개사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7224억원. 전년 동기 대비 6%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임희연 신한증권 연구원도 “국내외 증시 호조에 힘입어 유동성 이탈은 제한적”이라며 “특히 해외주식 거래 증가가 양호한 브로커리지 이익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지난해 늘어났던 기업금융(IB) 관련 평가손실, 차익결제거래(CFD) 충당금, PF 충당금 등과 같은 일회성 비용 부담이 올해 들어 축소된 데다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 증가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의도 증권가 인근 모습. 연합뉴스

이와 달리 중소형 증권사들은 증시 활황세에도 신용등급 하락 등 여파로 하반기까지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최근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더불어 하나증권(AA 안정적→AA 부정적)과 다올투자증권(A 안정적→A 부정적)의 등급 전망을 각각 낮췄다.

 

나신평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주식 거래대금이 늘면서 브로커리지 부분에 경쟁력을 보유한 증권사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 폭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반면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수년간 사업을 확장한 중소형사는 PF 환경 저하로 수익 창출력이 크게 훼손되었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금융권 보유자산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요주의 이하(연체 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대출) 비율에서 대형사는 올해 1분기 기준 15.3%를 기록한 데 비해 중소형사 43.6%에 달했다. 요주의 이하 자산 대비 충당금 비율도 대형사는 84%나 쌓은 데 비해 중소형사는 41%에 그쳤다.

 

한신평은 “하반기 실적은 PF 자산 관련 추가 대손 부담과 비부동산 영업 기반 주식 및 채권 운용역량에 따른 수익성 회복 수준에서 상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보았다.

 

다만 대형 증권사도 상대적으로 보유 비중이 높은 해외 부동산의 부실 가능성 등이 대두되는 만큼 하반기 실적을 낙관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