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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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핵공격에 핵보복 첫 명시… 합의 뒷받침할 제도 뒤따라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지침에는 북핵 위협 억제 및 유사시 대응을 위해 전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 핵전력이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한반도 임무’에 배정될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략자산의 전개 필요성에 대해 양국이 함께 논의·협의한다는 문구도 작성됐다고 한다. 한·미동맹의 격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북한이 핵도발을 할 경우 언제든 미국이 핵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내용도 최초로 문서에 명기했다는 점이다.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강조한다”는 표현도 들어 있다. 기존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 공약이 북핵 ‘억제’에 중점을 둔 선언적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양국 정상이 최초로 북핵 ‘대응’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를 반영하듯 한·미는 내달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연습에서 북한의 대남 핵공격을 상정한 핵작전 연습을 처음 실행에 옮기는 계획도 세웠다. 가히 ‘한국형 핵공유’의 출발이라 불릴 만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북한은 지난 13일 국방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도발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대가는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미 북·러가 한쪽이 공격당하면 다른 쪽이 돕는 ‘자동군사개입 조항’ 협정에 서명까지 한 마당이다. 한반도 안보 환경을 위태롭게 만든 당사자가 이런 식으로 떠드는 건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공동지침에서 핵자산의 상시 배치와 핵보복을 명문화해 핵우산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지만 얼마만큼 지속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아무리 동맹이 견고할지라도 군사적 옵션 제공은 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왔다. 만약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체제가 들어선다면 어떻게 달라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합의를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할 것이다. ‘한미연합사 작전계획’(작계 5015)에 핵작전 지침 내용을 포함시키는 한편 자체 핵무장 잠재력을 갖추는 데 필수적인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북·러가 밀착하는 안보의 중대 전환기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