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김두겸 울산시장은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울산 인구가 딱 1명 늘었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면서 인구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면서 반색했다. 1명의 인구 증가가 자랑이 된 셈이다. 현대자동차·HD현대중공업·에스오일 등 대기업이 밀집한 ‘잘사는 도시’ 울산에 ‘지방소멸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지역 인구는 최근 약 10년 새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6년 116만명이던 울산의 인구는 2019년 114만명, 2021년 112만명, 2022년 111만명으로 줄었다. 최근 발표된 ‘2024년 5월 국내인구이동통계’에선 9381명이 울산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입자 수에서 전출자 수를 뺀 순이동률은 0.4%. 전입한 사람보다 전출한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10~12월 ‘탈울산’이 멈췄던 울산은 올 들어 5개월 연속으로 떠나는 사람 수가 더 많았다.
청년인구(19~39세)의 ‘탈울산’ 경향은 더 두드러진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울산시의 청년 인구 순유출은 1만6484명으로, 전체 순유출 2만9425명의 절반이 넘는 56%를 차지했다. 2008년과 비교하면 청년인구가 79% 정도 감소했다. 청년의 순유출 규모는 7개 특광역시 중 가장 많다.
울산은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SK그룹 석유화학 계열, 에쓰오일 등이 자리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삼성 SDI도 울산에 둥지를 틀고 있다. 직장인 평균 급여도 매력적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시도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현황’에 따르면 2022년 울산에 있는 근로자의 1인당 총급여액은 평균 4736만원이다. 이는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이렇게 다른 지방도시보다 ‘일자리’가 풍부하고, ‘많은 월급’을 받는 울산에서도 ‘탈울산’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청년의 ‘탈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3대 주력 제조업 편중이 높은 울산지역 일자리와 청년 희망 일자리 간 ‘미스매치’와 취약한 문화·도시인프라 때문으로 분석된다.
울산연구원이 발표한 ‘울산 청년정책 기본계획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 청년이 원하는 직종은 ‘관리·경영·금융·보험’(34.3%), ‘건설·기계재료·화학·섬유’(19.7%), ‘교육·연구·법률·보건’(11.4%) 등 순이었다. 그러나 2022년 상반기 기준 울산에서 취업자가 가장 많은 분야는 제조업(15만6000명, 27.8%),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5만7000명, 10.1%), 도·소매업(5만4000명, 9.6%) 등 순으로 집계됐다.
울산연구원이 울산지역 청년 34명과 진행한 집단인터뷰에 참석한 20대 청년(남구 거주)은 “울산에서는 대형병원, 쇼핑몰, 영화관 등 쇼핑과 생활 기반이 약하고, 규모나 수준도 낮다 보니 부산, 서울로 가게 된다”면서 “울산은 직업이나 교육, 정주여건 등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