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국군을 돕고 이후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는 사정만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A씨 유족이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등록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6.25 전쟁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A씨는 국군의 지시로 마을 공용창고에 보관 중이던 쌀을 옮기는 부역에 동원됐다. 당시 창고에 불을 지르겠다는 북한군의 위협에 따른 조치였다. 이후 A씨는 마을을 습격한 북한군에 체포됐다가 1951년 10월 총살됐다.
국방부는 2013년 A씨에 대해 ‘1950년 10월경 11사단 20연대 소속 노무자로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내용의 참전 사실 확인서를 발급했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작성한 6.25 전쟁 피살자 명부에도 기재됐다.
이에 A씨 자녀는 2022년 2월 서울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낸 심판청구도 2023년 4월 기각되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A씨를 국군 도와 쌀 옮기다 北에 총살이 정한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 중 사망한 사람’ 또는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A씨가 전몰군경 또는 순직군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나 관련자도 A씨에 대해 ‘사망 수일 전에’ 국군의 요청을 받고 마을 창고의 쌀을 옮겼고, ‘그로부터 며칠 후 집에서 잠을 자다가’ 잡혀가서 처형을 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법원은 A씨가 ‘전투나 관련 행위’ 또는 ‘군수품을 보급하고 수송하는 등의 지원행위 중’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