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4년 전엔 바이든이 승리… ‘버틀러 표심’ 경합주 뒤흔들까 [美 대선 '격랑']

펜실베이니아주 영향 ‘촉각’
쇠락 공업지대에 위치한 소도시
‘블루칼라’ 노동자 많아 공화 유리
다른 스윙스테이트도 향방 주목

11월 대선까지 아직 시간 남아
“트럼프 상승세 일시적” 의견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발생한 암살 시도가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할 중대한 사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는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다른 경합주에도 이번 총격 사건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공화 전당대회장에 집결한 경찰들 14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찰관들이 파이서브 포럼 광장에 모여 있다.밀워키=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틀러가 최대 경합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를 뒤흔들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버틀러는 공화당 지지세가 커지고 있는 피츠버그 주변 교외 농촌 지역에 있는 소도시다.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있는 곳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블루칼라(제조업, 건설업 등 육체노동 중심) 노동자 표심이 큰 곳이다.

WSJ는 버틀러를 시작으로 주변 도시들까지 영향을 받으면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가 공화당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시 지역에서 고소득, 전문직 유권자를 잃고 있는 공화당으로서는 피츠버그 주변 카운티들과 같은 곳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도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이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동정적인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던지는 표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 사건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공화당 여론조사원인 프랭크 런츠는 소셜미디어에 “이번 사건이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를 뒤집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조 바이든의 길고 굴곡진 길은 더 심한 험로가 됐다”고 평가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2016년에는 공화당을, 2020년 대선에선 민주당의 편에 섰다. 하지만 이번 피격 사건이 주민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공화당에 표를 던지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총격으로 귀를 다친 후 주먹을 들어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퍼포먼스도 한몫했다. 버틀러 카운티의 자치구인 슬리퍼리 록의 단체장 존다비드 롱고는 총알을 맞은 후 주먹을 들어 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이 지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며 “(주민들은) 독립성과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견지한다”고 덧붙였다.

성조기 앞 주먹 불끈 쥐고…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3일(현지시간)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 도중 총격범이 쏜 총알에 귀가 관통되는 부상을 당한 후, 성조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주먹을 불끈 쥔 채 지지자들을 향해 “싸우자(fight), 싸우자, 싸우자”고 외치고 있다. 암살을 시도한 20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는 현장에서 사살됐다. 버틀러=AP연합뉴스

정치 전문가인 마크 샤나한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먹’이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대조적으로 부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나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이후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은 영웅 이미지를 갖게 됐다”며 “이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선거를 공화당 쪽으로 확고하게 기울게 하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고가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을 일으킬 순 있으나 11월 대선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반박도 나왔다. 미국 코틀랜드 뉴욕주립대학교 로버트 스피처 교수는 유럽 매체인 자유유럽방송(RFERL)에 “암살 시도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지만 몇 주 안에 지난 한두 달 동안의 결과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매슈 달렉 교수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도 1912년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받았지만 패배했고, 1950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암살 시도가 있었지만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졌다”며 역사적으로 정치인을 향한 공격이 선거를 승리로 이끈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