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발생한 암살 시도가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좌우할 중대한 사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는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다른 경합주에도 이번 총격 사건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틀러가 최대 경합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를 뒤흔들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버틀러는 공화당 지지세가 커지고 있는 피츠버그 주변 교외 농촌 지역에 있는 소도시다.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있는 곳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블루칼라(제조업, 건설업 등 육체노동 중심) 노동자 표심이 큰 곳이다.
WSJ는 버틀러를 시작으로 주변 도시들까지 영향을 받으면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가 공화당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시 지역에서 고소득, 전문직 유권자를 잃고 있는 공화당으로서는 피츠버그 주변 카운티들과 같은 곳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도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이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동정적인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던지는 표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 사건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공화당 여론조사원인 프랭크 런츠는 소셜미디어에 “이번 사건이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를 뒤집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조 바이든의 길고 굴곡진 길은 더 심한 험로가 됐다”고 평가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2016년에는 공화당을, 2020년 대선에선 민주당의 편에 섰다. 하지만 이번 피격 사건이 주민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공화당에 표를 던지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총격으로 귀를 다친 후 주먹을 들어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퍼포먼스도 한몫했다. 버틀러 카운티의 자치구인 슬리퍼리 록의 단체장 존다비드 롱고는 총알을 맞은 후 주먹을 들어 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이 지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며 “(주민들은) 독립성과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견지한다”고 덧붙였다.
정치 전문가인 마크 샤나한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먹’이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대조적으로 부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나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이후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은 영웅 이미지를 갖게 됐다”며 “이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선거를 공화당 쪽으로 확고하게 기울게 하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고가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을 일으킬 순 있으나 11월 대선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반박도 나왔다. 미국 코틀랜드 뉴욕주립대학교 로버트 스피처 교수는 유럽 매체인 자유유럽방송(RFERL)에 “암살 시도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지만 몇 주 안에 지난 한두 달 동안의 결과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매슈 달렉 교수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도 1912년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받았지만 패배했고, 1950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암살 시도가 있었지만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졌다”며 역사적으로 정치인을 향한 공격이 선거를 승리로 이끈 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