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日정부 해산명령 청구는 신앙의 자유 침해”

日가정연합 전국 각지서 캠페인
자발적 참여로 두달에 한번씩 집회
“냉랭하던 시민들 조금씩 변화해”

“사람들의 반응이 냉랭하던 예전과 달리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느낍니다.”

15일 일본 도쿄 시부야역에서 만난 가와하라 요시아키(川原義昭)씨는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과 관련해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의 해산명령을 청구한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일본 국내 여론의 반응을 이같이 전했다. 가와하라씨는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국 일제(一齊)행동 집회’를 이끌고 있다. 가정연합 신도인 그는 지난해 거주지인 지바에서 아내와 함께 항의 캠페인을 넉 달 이상 진행했다. 이 캠페인을 계기로 일본 각지에서는 가정연합 신도들의 자발적 참여로 두 달에 한 번씩 항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15일 일본 도쿄 시부야역 인근 광장에서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신도들이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 해산명령청구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이날 시부야역 인근 광장에서 열린 항의 집회에서도 참가자들은 “신앙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 해산명령청구는 한 종교단체의 해산문제를 넘어 일본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는 문화공연에 이어 가정연합 신자를 부모로 둔 2세들의 연설로 이어졌다. 연단에 오른 20대 여성은 “2세로 태어나 행복하다”며 “2세들을 피해자로 몰아가는 행태는 사실과 다르다는 2세들의 목소리를 모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전 총리 피살 사건 범인의 범행 동기가 가정연합 신자인 어머니의 과도한 종교활동으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점이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가정연합 2세들을 피해자로 인식하는 왜곡된 여론이 형성됐다. 가와하라씨는 “이번 집회를 연 이유 중 하나도 2세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가정연합에 반사회적단체라는 딱지가 붙어 앞으로 2세, 3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반사회적단체의 아이들로 낙인찍히는 일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2세 신자들은 피해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시부야역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일본 정부의 해산명령청구가 차별과 편견, 정치적 의도하에 이뤄졌다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돌렸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일본 정부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해산 명령 청구와 사법부의 수용을 ‘일반적 규범’(norm)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미 국무부 보고서의 이 같은 평가는 일본 정부가 형법 위반 건에 대해서 취해온 해산 명령 청구를 민법에 근거해 청구한 것은 관행에서 벗어난 조치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도쿄=글·사진 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