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사람들이 연애를 안 한다기보다 하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다양한 경로로 소개팅을 해도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인 경우가 많거든요.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주관하는 만남 프로그램이 자주 있었으면 합니다.”(‘나는 절로 4기’ 한 참가자)
지난달 충남 공주 마곡사 일대에서 진행된 ‘나는 절로 4기’에서 최종 짝으로 역대 최대인 7쌍(성사율 47%)이 나온 미혼남녀 만남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가 다음 달 칠월칠석 특집으로 돌아온다.
16일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 따르면, 8월 9∼10일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서 ‘나는 절로 5기’가 열린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스님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낙산사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절로 유명하다”며 “‘나는 절로’를 통해 진중한 만남을 갈망하는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칠월칠석 특집인 만큼 견우와 직녀가 만나 사랑이 싹트길 간절히 염원하며 남녀 10명씩 총 20명을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1박 2일 동안 저출산 대응 인식개선 교육, 연애 특강, 레크리에이션, 1대1 로테이션(순환) 차담, 낙산사 경내 관람 등 시간을 갖는다. 낙산사는 동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천혜의 풍광과 많은 불교문화유산이 있는 천년고찰이다. 남해 보리암,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해수관음성지이기도 하다.
재단은 앞서 2012년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보건복지부 후원을 받아 종교 불문 미혼남녀 대상 만남 템플스테이 행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10년이 흘러도 별 관심을 받지 못하자 지난해 11월 35번째 행사를 앞두고 이름을 바꾸면서 진행 방식도 참가자 친화적으로 대폭 손질했다. 이후 남녀 10명씩 20명을 선발한 ‘나는 절로’ 1∼4기(4기는 15명씩 30명) 경쟁률이 최대 150대 1까지 치솟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나는 절로 5기’ 낙산사 편은 만남 템플스테이 전체로는 39번째 행사다.
지난달 만난 4기 참가자들은 짝 찾기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대체로 ‘나는 절로’ 프로그램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싶어도 직업 특성이나 바쁜 일 때문에 주위에 어울릴 만한 이성이 적고, 누군가를 편히 만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이런 기회가 많아지길 원했다. 승무원 수란(29)과 연결된 약사 철수(33)는 “프로그램이 알차고 밖에선 못하는 레크리에이션 등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며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많이 세우는데, 일단 남녀가 만나야 출산도 가능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해양경찰인 민수도 “나는 커플이 안 됐지만 같은 처지의 동료나 친구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나는 절로’가 신원이 보증된 다양한 직역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거에 후한 점수를 줬다. 결혼정보회사나 데이트 앱, 취미 활동 모임 등에 가입하면 만남 자체는 어렵지 않겠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불투명해 꺼린다는 것이다.
참가 희망자는 종교에 상관없이 30대 미혼남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22일 오전 10시부터 이달 26일 오후 1시까지 조계종사회복지재단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구글폼을 통해 접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