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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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5선발이었지만, 이제는 당당히 토종 에이스…LG 손주영, 프로 8년차에 ‘만년 유망주’ 꼬리표 뗐다

프로야구 LG의 좌완 투수 손주영은 경남고 재학 시절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유망주로 이름을 떨쳤다. 1m91의 좋은 신체조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높은 타점의 직구가 인상적이었던 손주영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2순위로 LG에 지명됐다.

 

큰 기대를 받으며 KBO리그 무대에 입성했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손주영은 1군 무대에 단 22경기에 등판해 2승6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22년에는 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까지 받으며 커리어에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 8년차인 올 시즌, ‘만년 유망주’였던 손주영이 드디어 그 꼬리표를 떼고 훨훨 날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축을 맡은 손주영은 올 시즌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86이닝을 던지며 6승5패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 중이다. LG 선발진 중 가장 뛰어난 평균자책점이며, 토종 선발 중 이닝도 가장 많이 소화했다.

 

LG 선발진 내에서만 뛰어난 게 아니다. LG가 92경기를 소화해 규정이닝에 단 6이닝이 모자라 아직 평균자책점 부문 순위에 들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 성적을 유지하며 규정이닝을 채울 경우 평균자책점 부문 6위에 오를 수 있다. 토종 선발로만 따지면 원태인(삼성·3.53)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올 시즌 손주영의 활약이 얼만큼 뛰어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반기를 2위로 마무리한 LG는 후반기 첫 3연전에서 선두 KIA를 만나 스윕패를 당하는 등 후반기를 4연패로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13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한 손주영은 6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LG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시작은 5선발로 했지만, 이제 손주영은 당당히 LG 선발진의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다.

손주영의 주무기는 최고 구속 151km까지 찍는 직구다. 여기에 수준급의 슬라이더와 포크볼도 던진다. 특히 좌완 투수들이 잘 구사하지 않는 포크볼을 던지는 게 인상적이다.

 

염경엽 LG 감독도 손주영의 성장세를 기뻐하고 있다. ‘전반기 MVP’로 손주영을 언급하기도 했던 염 감독은 “내년엔 토종 1선발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금까지는 올 시즌 최고의 수확은 손주영이다”라며 치켜세웠다.

손주영에게도 약점은 있다. 아직은 들쑥날쑥한 제구력이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65.2이닝을 던지며 무려 49개의 볼넷을 내줬던 손주영은 올 시즌 들어 제구력이 향상되긴 했다. 올 시즌엔 86이닝 동안 38개의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여전히 9이닝당 볼넷은 3.98개로 거의 4개에 달한다. 9이닝당 볼넷을 2점대로 끌어내려야 조금 더 안정적인 투구와 더불어 이닝이터로 성장할 수 있다.

 

프로 데뷔 8년 만에 야구인생에 꽃을 피우고 있는 손주영이 성장세를 거듭하며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