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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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먹구구식’ 외국인력 관리로 노동력 보완할 수 있겠나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이 다음 달 E-9(비전문 취업)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다.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사도우미뿐만 아니라 저출생·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외국인력은 국내 노동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외국인 노동자의 수요·공급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합리적 관리 방안이 시급해졌다.

감사원이 어제 내놓은 외국인 인력 도입 및 체류관리 실태 감사결과는 고용허가제 등 각종 제도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2004년부터 운영된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기피로 일손이 부족한 제조업 등에 외국인력을 최대 3년간 쓸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2023년 도입 인력을 산정할 때 농림어업 부족 인원 통계 확보가 여의치 않자 제조업 부족 인원에 임의로 3%포인트를 더해 인원을 정했다고 한다. 합리적·객관적 근거 없이 귀국 예상자 대체 수요를 더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도입 인력을 산정했다니 이런 주먹구구식 행정도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해진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 인력과 달리 일용직인 방문취업(H-2 비자) 체류자격 인원은 2014년 28만명에서 2022년 10만명으로 급감했다. 건설·서비스업의 인력난이 커졌지만 정부는 아직 대책도 세우지 않은 실정이다. 농촌 인력을 보완할 계절근로자(E-8 비자) 역시 2022년 108개 지자체에서 1만537명까지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특정 지역에 편중됐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고용부가 반기마다 실시하는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제조·건설·도소매·음식·숙박업의 연도별 부족 인원은 2020년 4월 10만명에서 2022년 10월 33만9000명까지 늘었다. 광업 등 17개 산업의 부족 인원은 56.1%에 이른다.

산업 현장은 물론 농촌과 식당, 선박 등은 외국인 인력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게 현실이다. 5개 제도로 운영 중인 외국인 근로자 제도는 11개의 비자 형태에 따라 법무부,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부 등 소관 부처가 달라 통합관리의 한계가 명확하다. 외국인력의 인권·차별 등 풀어야 할 난제도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국내 일자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2015년 21만명이던 불법 체류자 수는 2022년 41만명으로 늘었지만 단속률은 2018년 9.7%에서 2022년 3.6%로 떨어졌다. 외국인력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