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는 16일 당 대표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진 전날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를 두고 “수많은 전당대회와 대통령 후보 경선을 봐왔지만 이런 황당한 꼴은 처음 본다”고 분노했다.
김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우리 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해서 국회의원이 된 지가 20년이 넘었다”며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 나아가서 이런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플라스틱 의자가 날아다닌 것은 과거 ‘용팔이 사건’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1987년 있었던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인 ‘용팔이 사건’을 김 후보는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폭력배 두목 김용남의 별명인 ‘용팔이’에서 유래한 이 사건은 1987년 4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축이 돼 새롭게 출발한 통일민주당의 전국 20여개 지구당에서 폭력배들이 난동 부린 일을 말한다. 이 사건은 나중에 새로운 야당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기획한 정치공작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김 후보의 작심 비판은 ‘어제 충청권 연설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전당대회 후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통합하는 당으로 가려면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후보는 “우리 당은 정말 아주 치열한 경선을 벌였어도 멱살 한번 잡지 않고 당내 경선을 했는데, 이 지경이 된 건 전대에 나타난 ‘패거리 정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식으로 전당대회를 이어가면 전당대회가 끝나도 얼마나 많은 갈등이 일어나겠나”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 점에 대해 상당히 많은 책임이 있는 분들이 스스로를 돌이켜봤으면 좋겠다”며 “자꾸 남 탓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쯤에서 김 후보의 발언이 길어지고 애초 질문한 의도와 다른 답변이 왔다고 생각됐는지 장 후보는 ‘의원님, 의원님’이라며 김 후보를 거듭 불렀지만, 장 후보의 부르는 말에도 김 후보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사회자까지 나서서 가까스로 분위기가 진정된 후에야 장 후보는 “제가 질문한 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전당대회가 끝난 후, 당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지에 대한 것”이라며 “주도권 토론이니까 여기까지만 듣고, 책임의 문제를 떠나서 당을 모아갈 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