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18일 출시하는 여행자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플랫폼 입점 조건으로 보험사들에게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사들은 네이버페이가 플랫폼사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 결국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해외여행자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는 메리츠·한화·하나·캐롯·롯데·NH손해보험 등 6개사만 참여한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대형 3사는 전날 네이버로부터 “나중에 참여하라”는 공지를 받았다. 사실상 입점을 거절당한 셈이다.
아직 입점 준비가 안된 DB손해보험까지 이른바 ‘빅4’ 손보사가 참여하지 못하고, 최근 해외여행자보험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손해보험도 빠지면서 네이버의 여행자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은 사실상 ‘반쪽 서비스’로 출범하게 됐다.
네이버는 보험사들에 입점 조건으로 매출액(보험료)의 9%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금융당국이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 세부 방안을 발표하면서 여행자보험과 같은 단기보험 수수료율을 대면 모집(보험설계사) 수수료의 33% 이내로 제한한 가이드라인을 넘어선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보험설계사가 여행자보험을 판매하고 20%의 수수료를 받는다면, 플랫폼사의 수수료는 설계사 수수료 20%의 33% 이내로 받아야 한다. 즉 1만원짜리 여행자보험의 경우 보험설계사가 20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면, 플랫폼사는 2000원의 33%인 660원 이내의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 셈이므로 수수료율은 6∼7%가 된다.
보험사들은 해외여행자보험 시장 후발주자인 네이버가 서비스 초기 보험료의 10%를 페이백해주는 등 프로모션을 전개하기 위해 9%의 수수료율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네이버가 요구하는 수수료 수준을 맞추려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33% 룰’을 어기게 된다고 하자, 네이버 측에서 ‘대면 채널의 수수료를 올리면 되지 않는냐’고 했다”면서 “네이버 요구대로 보험설계사 수수료를 10%이상 높이면 결국 사업비가 증가해 소비자 보험료를 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네이버가 해외여행자보험을 과점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의 경쟁 때문에 서비스 오픈 초기 10% 페이백을 하면서 보험사들의 기존 수수료 체계를 건드리고 나아가 소비자 보험료까지 올리게 하는 갑질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지난해 6월 출시한 해외여행자보험은 카카오 플랫폼과 ‘무사고시 보험료 10% 환급’을 무기로 1년여만에 누적 가입자 150만명을 돌파하며 업계 압도적 1위로 올라섰다.
네이버의 ‘10% 페이백’은 무사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가입자들에게 보험료의 10%를 환급해주는 서비스다.
네이버는 “입점하기로 한 보험사들의 수수료율이 모두 9%대인 것은 맞지만, 9%를 명시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다”면서 “보험사들과 조율을 거쳐 합의에 이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입점 보험사의 수수료율은 모두 금융감독원의 검증을 받았다”면서 “사실 9%의 수수료율도 국내외 여행자 플랫폼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0% 페이백’은 보험사 수수료와는 무관하게 별도로 진행하는 프로모션”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