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하이브를 방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경우 카카오는 사상 첫 총수 구속 사태를 맞는다. 최근 인공지능(AI)과 해외진출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김 위원장이 구속될 경우 경영시계가 멈출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9일 김 위원장을 소환해 20시간이 넘는 고강도 밤샘 조사를 벌인 지 8일 만이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당시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식의 시세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끌어올리려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총 553회에 걸쳐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을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 주가를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시세조종 공모와 관련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변호인 측은 “지난해 SM엔터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가 없다”며 “이 건은 사업 협력을 목적으로 지분 확보를 하기 위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매수”라고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카카오그룹은 술렁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1월부터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CA 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아 카카오그룹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중추 역할을 해왔다. 특히 각 계열사의 경영과 투자 전반에 관여해온 만큼 AI 등 미래사업에 속도를 내던 카카오의 계획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우선 지난달 야심 차게 출범한 AI 전담조직인 카나나를 통한 AI 신사업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해 상반기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2.0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회사를 둘러싼 각종 사법리스크로 발표 시점을 연기해왔다.
카카오의 최근 경영 상황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카카오의 핀테크 계열사 카카오페이는 사법리스크 여파로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도 사실상 실패했다.
카카오 법인과 관련한 확정판결 향배도 주목된다. 카카오뱅크 1대 주주(지분 27.17%)인 카카오는 동일인 주식 보유 한도 제한 원칙상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지만, 인터넷은행 진흥을 위해 법률상 조건부로 이를 승인받고 있다. 관련 조건 중 하나가 금융 관련 처벌 경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법원에서 시세 조종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다면, 카카오는 지분을 10%까지 줄여야 한다. 1대 주주도 한국투자증권으로 넘겨야 한다.
카카오는 현재 SM엔터 주가조작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및 계열사 확장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현재 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콜 몰아주기 사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