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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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LNG·배터리·수소 망라… SK ‘리밸런싱’ 본격화

SK이노·E&S 합병 의결

SK이노서 적자 쌓여가는 SK온
SK E&S 현금 토대로 안정 투자
차세대 먹거리 배터리 성장 초석
양사 2030년 영업익 20조 목표
박상규 사장 “지속가능 성장 일환”

SK온·엔텀·트레이딩 3사도 합병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SK그룹 사업 리밸런싱의 가장 큰 퍼즐 조각이다. 에너지 전문기업의 대형화라는 시너지 효과에 더해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 기업 SK온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다.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국내 최초 정유회사로 출발해 석유화학, 윤활유, 석유개발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왔다. 전기차 배터리,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암모니아, 액침냉각 등 미래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국내 최대 에너지 회사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의 모습. 최상수 기자

SK E&S는 1999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되어 도시가스 지주회사로 출범했다. 이후 전 세계를 무대로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을 완성하며 국내 1위 민간 LNG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도시가스를 비롯해 저탄소 LNG 밸류체인,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솔루션의 4대 핵심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그린 포트폴리오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외형적 성장 외에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재무·손익구조 강화 △성장 모멘텀 확보 등 3가지 측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석유·화학부터 LNG, 재생에너지, 배터리 등 에너지원과 운송, 솔루션 등 모든 영역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사업 협력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어스온의 해외 가스전 등 자원 탐사·개발 역량을 활용해 SK E&S의 LNG 원료 확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합병 시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를 안정시킬 수 있다. 지난해 매출액을 보면 SK이노베이션이 77조2885억원으로 SK E&S(11조1672억원)의 7배 수준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이 1조9039억원, SK E&S가 1조3317억원 규모로 비슷하다. SK E&S는 도시가스 자회사 등으로부터 안정적인 현금 이익을 거두고 있다.

 

합병회사는 석유화학 사업의 높은 수익 변동성을 LNG·발전·도시가스 사업의 안정적 수익 창출력으로 완화할 수 있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기반으로 SK온 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의 이차전지 배터리 사업은 포기할 수 없는 SK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SK온은 10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적 적자액은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차세대 먹거리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만 추가로 7조원 넘게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네셔널, SK엔텀의 합병도 SK온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결정이다.

 

합병을 위한 주주 설득은 넘어야 할 관문이다. 양사가 동등한 수준으로 합병 비율이 정해져 소액주주에겐 유리하지만 재무적 투자자(FI)에겐 불리하다는 평가다. 특히 SK E&S의 상환우선주(RCPS)를 보유한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몫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양사는 2030년 통합 시너지 효과만 상각 전 영업이익 2조10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전체 상각 전 영업이익은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양사의 합병은 에너지 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을 통해 현재부터 미래까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종합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