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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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뚜막 오른 고양이가 불낸다?… ‘고양이발 화재’ 연평균 35건 [미드나잇 이슈]

‘서울시 고양이발 전기레인지 화재’ 3년간 107건
절반 이상 화재, 거주자 부재중 발생

고양이로 인한 전기레인지 하이라이트 화재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올라가면서 하이라이트가 작동되고 그 위에 있던 물건에 불이 붙는 식이다. 

 

17일 0시53분쯤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7층 주방에서 불이 나 소방서 추산 5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30여분 만에 꺼졌다. 당시 오피스텔 내부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고, 주민 6명이 연기에 놀라 대피했다.

고양이로 인해 불이 난 터치식 전기레인지 하이라이트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불은 전기레인지에서 발생했고, 소방관이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진화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당시 집안에 홀로 있던 고양이가 발로 하이라이트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15일 오후 9시15분쯤 서울 은평구 대조동 5층짜리 빌라 2층에서도 고양이가 전기레인지를 건드리면서 불이 났다. 화재 당시 집안에 사람이 없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불로 빌라 주민 12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고양이가 전기레인지를 작동시켜 발생하는 화재는 서울에서만 연평균 3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2021년 발표한 ‘서울시 연도별 고양이로 인한 전기레인지 화재 현황’을 보면 3년간 2019년 46건, 2020년 28건, 2021년(11월30일 기준) 33건, 총 107건의 고양이로 인한 전기레인지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절반 이상(54건)의 화재가 거주자가 부재중에 발생해 사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당국은 고양이는 발바닥에서 땀이 나기 때문에 사람이 누르는 것처럼 전기레인지를 작동시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해법으로는 전기레인지에 덮개를 씌우거나 외출 시 전원을 차단하는 방법이 꼽힌다.

 

소방청 관계자는 “외출 전 전기레인지를 비롯한 각종 콘센트의 전원을 차단하는 게 좋고, 전기레인지 주변에는 화재에 취약한 종이 등 가연물을 제거해야 한다”며 “반려동물이 전열기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알맞은 덮개를 씌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