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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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대신 과제 좀 해줘” 대학원생들 시켜 SKY 보낸 前 대학 교수

클립아트코리아

 

자녀의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해 제자인 대학원생들을 동원한 교수에게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판사 김택형)은 업무방해 및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성균관대 교수 A씨(65)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의 자녀 B씨(29)에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당시 대학생이던 딸의 연구 과제를 돕기 위해 대학원생 제자 10여명에게 동물실험을 지시하고 이듬해엔 논문까지 대신 쓰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실험의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실험 수치를 조작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해당 논문은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지수)급 저널에 실렸으며 각종 학회에도 논문을 제출해 수상했다. B씨는 2~3차례 실험 참관만 했을 뿐 실험에 관여한 적이 없음에도 연구보고서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해당 수상 경력과 논문을 바탕으로 2018년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A씨는 B씨가 고등학생일 때도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학술대회 논문자료를 제작할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해당 논문자료로 우수청소년과학자상을 타고 2014년도 ‘과학인재특별전형’으로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석·박사 학생연구원에게 지급돼야 할 연구비 일부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인건비를 편취한 혐의도 같이 받았다.

 

재판부는 “B씨가 학술대회에 제출한 실험은 대학원생들이 진행했고 참여한 사실도 없는데도 B씨가 실험을 시행해 작성한 것처럼 해 한국교육개발원에 제출해 심사위원들의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제출된 보고서, 포스터,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모두 A씨의 지시를 받은 대학원생들이 작성한 것이다”며 “심사위원을 기망한 것이고 포스터대회, 국제학술지 심사위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대학원생 인건비를 A씨가 등록금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고 해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산학협력단 직원을 기망한 것이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각 업무방해 범행으로 인해 대입 시험의 형평성, 공익성, 중대성이 훼손됐고 불신을 야기하는 범죄로 죄질이 가볍지 않고 정당한 기회를 박탈당한 채 탈락한 피해자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현 단계에서 구속할 필요성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은 상태이며 B씨에 대해선 “아직 어린 피고인에게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일로 2019년 6월 성균관대는 A씨를 교수직에서 파면했으며 2019년 8월, 서울대는 B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B씨는 입학 취소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2022년 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