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자폭’ 수준의 폭로전으로 흐르며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원희룡 후보가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지난 4∙10 총선 사천’ 의혹, 댓글팀 운영 의혹,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등 일각의 ‘묻지마 폭로’을 이용해 공론장에서 맹폭을 가한 가운데, 한 후보도 지난 17일 방송토론회에서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에게 현재 재판 중인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직접 폭로하며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한 후보는 18일 “신중하지 못했던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나 후보에게 사과했다.
◆친윤계, 한동훈 맹폭
나 후보는 이날 보수 진영의 최대 외곽 조직인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정기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될 말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 좌충우돌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원 후보도 세미나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피아 구분을 못하고 동지 의식이 전혀 없는 걸 보면 정말 더 배워야 한다”며 “동지 의식이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드러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가 형사사건 청탁 프레임을 들고 나왔는데, 이것은 (문재인정권의 탄압이지) 청탁이 아니다”며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이지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폭주하는 민주당의 악법을 막는 정의로운 일에 온 몸을 던졌다가 억울한 피해자가 된 우리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경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당신이 문재인정권 하에서 화양연화의 검사 시절을 보낼 때 우리는 국회에서 좌파와 처절하게 싸운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韓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
한 후보는 하루 만에 공식 사과했다.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어제 ‘공소 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장관이지만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며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라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 방지 약속 및 상호 처벌불원 방안도 검토, 추진하겠다”며 “당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용기 내어 싸웠던 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장동혁 최고위원 후보는 채널A 유튜브 채널에서 “나 후보가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그런 말씀을 하셨지만, 구체적인 사건에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들어드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내부 총질이나 제 살 깎아먹기가 아니고 계속된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한 말”이라고 거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불법 폭로 대회가 됐다. 당 대표 후보 간의 비난이 삼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며 “사실이라면 한동훈·나경원·원희룡 후보 모두 수사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