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는 습지이자 철새도래지로서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과거 하굿둑 건설, 쓰레기 매립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을숙도에는 이후 공원이 조성되면서 문화회관, 주차장 및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이용객이 늘자 음식쓰레기, 무분별한 먹이 급여, 유기로 인해 을숙도 내 길고양이도 200마리 넘게 늘어났다.
인간, 철새, 고양이의 공존을 위해 2016년부터 동물, 환경 단체와 지방자치단체는 길고양이 중성화와 급식소 사업을 시작했다. 급식소 설치에 정식 허가도 받고자 하였으나 국가유산청이 불허했다. 그럼에도 2023년까지 민·관 협력 사업은 지속됐다. 7년간 밀착 모니터링을 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한 결과 길고양이는 70여마리로 크게 줄었고, 그동안 이들로 인한 철새 피해가 보고된 사례도 없었다.
그런데 2023년 10월 민원이 제기되자, 국가유산청은 무려 7년 전의 불허가를 이유로 급식소를 하루아침에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시민단체들은 그간의 성과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첨부하여 허가를 신청했지만, 재차 불허됐다.
국가유산청은 ‘생태계와 철새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고 하나, 제시한 근거는 민원인이 주장한 일부 외국의 논문, 기사가 전부다. 그러나 국가기관으로서는 처분에 앞서 객관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실제 을숙도에서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가 있었는지, 급식소 설치와 철새 피해 간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했어야 한다. 하지만 30여년간 을숙도에서 철새와 생태를 관찰해 온 조류전문가의 의견도, ‘급식소를 두지 않는 것이 오히려 철새 보호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무시됐다.
불허처분이 재검토되고, 객관적인 실태조사가 선행되길 바란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서 다양한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먼저 모색되어야 한다. 급식소 위치나 개수 조정 등 조건부허가도 가능하다. 길고양이도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되어야 하고, 인간은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막무가내식 급식소 철거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매우 우려된다.
박주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