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바이든, 사퇴론 확산 속 코로나 확진… 고령 리스크 다시 증폭

“의학적 상황 발생하면 출마 재검토”
인터뷰 방송 나간 직후 확진 ‘난처’
유세 재개 하루 만에 일정 취소·격리
전용기 탈 땐 불안한 걸음 보이기도

민주당 지지자 65% “물러나야” 응답
언론 “바이든, 사퇴에 열린 자세 변화”
당은 논란 속 후보 조기 확정 안간힘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사진) 대통령이 “의학적 상황이 발생하면 출마를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오히려 건강 관련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행사에 참가한 자리에서 기침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연합뉴스

17일(현시지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케이블방송인 BE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완주 의사를 재고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약 나에게 의학적 상황이 발생해 의사들이 문제를 지적할 경우”라고 답했다. 그는 그동안 건강 우려에 “나의 정신은 매우 명료하다”고 주장하며 추가적인 뇌신경 진단 등도 거부해왔다. 이에 따라 이날 발언이 완강했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공교롭게도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가 나간 직후 코로나19에 확진돼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라틴계 미국인 행사에서 발언할 예정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의 확진 사실을 알리며 그가 델라웨어 사저로 돌아가 자체 격리한 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사건 사흘 만인 16일 유세를 재개한 뒤 불과 하루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델라웨어로 향하는 전용기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오르며 기자들에게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강조했지만 전용기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서 발을 더듬거리면서 다소 힘겨워하는 모습까지 노출했다.

 

당내외에선 바이든 대통령 사퇴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AP 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11~15일 성인 12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 65%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에 힘을 실었고 무당층은 사퇴 여론이 더 높아 77%에 달했다.

코로나19 재확진 판정을 받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주말 바이든 대통령과 단독 회동에서 연임 도전을 끝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기도 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함께 미 의회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버팀목이 돼왔지만 최근 후원자들과의 사적 만남에서 바이든 대통령 이외 민주당 후보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사퇴를 권유하면서 사실상 완전히 입장을 선회했다.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를 지지하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도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후보 지명 절차를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져 상하원 원내대표가 모두 사퇴 지지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런 당내 기류 변화에 바이든 대통령이 조금씩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NYT는 민주당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 압력을 받아들인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려스러운 여론조사 결과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신 나선다면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지 질문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 측근은 “현재로서는 대통령이 사퇴할 조짐은 없지만, 그는 이제 민주당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여전히 대선후보 공식 선출 과정을 빠르게 진행하려는 태세다. 민주당은 당초 다음달 7일로 잡혀 있는 오하이오주 후보 등록 마감에 맞추기 위해 대선후보를 다음달 19일 열릴 전당대회에 앞서 화상 투표를 통해 공식 확정하려 했다. 오하이오주가 후보 등록 마감을 9월1일로 연장해 화상 투표 필요성이 사라졌지만 바이든 대통령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민주당이 이 같은 일정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미국 CBS 방송은 전했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 규칙위원회가 이날 전대 규칙위원 186명에게 서한을 보내 “8월1일 이전 어떤 표결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해 8월 초 투표를 통해 후보 확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