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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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란 건 다한 여고생 '킥라니'에 60대 부부 참변… '무쓸모' 된 PM 규제

60대 부부 전동 킥보드 사고 당해
개인형이동장치 교통사고 4년간 5배 급증
정부 최고속도 제한 시범사업…안전 수칙 위반 단속도 강화

지난달 8일 공원을 걷던 60대 부부가 전동 킥보드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전동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PM)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에서 발생한 전동킥보드 사고 현장.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1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오후 7시33분쯤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60대 부부가 뒤에서 달려온 전동 킥보드에 치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아내는 9일 만에 숨지고 남편은 여전히 치료 중이다. 해당 전동 킥보드에는 여자 고등학생 2명이 타고 있었으며, 공원 내 자전거 도로를 주행하던 중 자전거를 피하면서 도로 우측에서 걷고 있던 부부를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해 학생 2명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에 나섰다.

 

강원 춘천시에서는 최근 10대 청소년 2명이 야간에 전동 킥보드를 몰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위험한 질주를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2021년 5월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PM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원동기 이상의 면허가 있어야 하지만, 이들 모두 무면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 킥보드가 다수인 PM 교통사고는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에 따르면 PM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 2019년 총 447건에서 지난해 2389건으로 5.3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사망·부상을 포함한 사상자 수도 481명에서 2646명으로 5.5배 늘었다. 사망자만 놓고 보면 8명에서 24명으로 4년 만에 3배 증가했다.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동 킥보드의 최고속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시속 25㎞로 운행하는 PM이 보행자를 충격할 때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이 무려 9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운행 속도가 시속 20㎞로 낮추면 충격량이 36% 줄고, 시속 15㎞로 낮추면 64% 떨어졌다. 시속 15㎞는 자전거 평균속도다. 

 

서울 잠수교 인근 자전거 도로.‘모든 전동휠 운행금지’라는 글귀가 적힌‘공원 내 주요 금지행위 안내판’이 눈에 띄는 곳마다 설치돼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듯 안전장비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시민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외에서는 PM 속도 규제를 이미 강하게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프랑스 파리는 최고속도를 시속 20㎞로 운영하며 파리는 유동 인구가 많은 시내에는 별도로 ‘슬로존’을 지정해 시속 10㎞로 더 느리게 규제한다. 미국의 일부 주(州)도 시속 20㎞를 넘지 못하게 하며, 워싱턴 D.C.는 최고속도를 시속 16㎞로 운영한다.

 

우리나라도 전동 킥보드의 최고속도 하향 효과와 관련해 법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PM 사고 예방을 위해 현행법상 시속 25㎞인 최고속도를 20㎞로 제한하는 시범운영 사업을 한다. 시범운영에는 총 10개 대여업체가 참여하며, 이번 달부터 올해 말까지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한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PM과 대여사업자들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체계를 확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인형 이동 수단의 안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PM 대여사들에 대해서도 등록제를 도입하고, 운전자격시스템을 구축해 대여 시 운전자격을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무분별한 기기 대여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규정도 담겼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