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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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 석탄 불법환적’ 선박 독자제재…“러북 밀착 이후 추적 강화 방침”

정부가 북한산 석탄의 불법적인 해상환적에 관여한 홍콩 선사 'HK이린'과 북한 선박 '덕성'호를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HK이린'이 소유한 무국적 선박 '더이'호는 지난 3월18일 중국 시다오항을 출발한 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북한 남포 인근 해상으로 이동해 덕성호로부터 무연탄 4500t가량을 옮겨 실었다.

 

지난 6월 20일 부산 영도구 인근 묘박지에 대북 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은 선박(2900t급)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더이호는 북한으로 갈 때 전자제품을 싣고 가 무연탄 환적 전에 다른 북한 선박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요청을 받은 정부는 무연탄을 싣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던 더이호를 같은 달 30일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억류했다. 선박에는 중국인 선장과 중국·인도네시아 선원 등 13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북한 선박과 해상 환적, 북한산 석탄 수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에 따라 금지돼 있다. 전자제품 역시 유엔에 의해 대북 이전이 금지된 품목이다. 무연탄을 넘긴 덕성호는 작년 3월 말 북한에 반입된 중고 선박인데, 중고 선박의 대북 공급 또한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HK이린'은 앞으로 금융위원회나 한국은행 총재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국내 은행이나 기관과 금융·외환 거래가 가능하다. 북한은 선박간 불법 해상 환적을 통한 금수품 거래로 제재를 회피하며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자와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부는 이번 조치가 "북한의 불법 해상활동을 차단함으로써 불법 핵·미사일 개발을 단념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정부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상 금수품 운송과 위반 활동에 관여한 선박과 선사에 대한 강력하고 일관된 법 집행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나갈 예정이며 우방국들과도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도 이날 “관계기관과 함께 더이호가 북한 남포 서해상에서 북한 선박 덕성호로부터 북한산 석탄 5000여t을 환적, 이동 중인 동향을 감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정보자산 가동 및 우방국과 정보 협력을 통해 불법 환적 장면이 담긴 위성 자료를 채증했다고 전했다. 선사 관계자의 대북제재 위반 전력 및 북한 연계 기관 실체·불법성을 규명해 관계기관에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더이호는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 위반으로 해상에서 억류한 최초 사례다.

 

국정원은 “더이호 이외에도 국내 및 동남아 등 해외에서 유엔 대북제재 위반 선박들에 대한 조치를 추진 중에 있다”며 “최근 러북 협력 강화에 따른 제재 위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추적·감시 활동을 차질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