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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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원 가방 384만원에 팔다니”…디올·아르마니 ‘노동 착취’ 조사 착수

伊 공정위, 디올·아르마니 압수수색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과 아르마니(Armani)를 둘러싸고 불거진 노동자 착취 의혹에 대해 이탈리아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현지 매체 ANSA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올. 연합뉴스

매체에 따르면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는 이날 성명을 통해 “두 회사의 계약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적정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법정 근로시간을 넘기거나, 건강·안전상 부적절한 환경에서 근무해야 했다”며 “이는 두 회사가 자랑한 장인 정신과 우수한 제작 기술과는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날 금융 경찰과 함께 이탈리아에 있는 두 회사의 사업장을 압수수색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회사가 노동자를 착취해 제품을 생산해놓고 장인 정신과 우수한 품질을 홍보한 것은 소비자 기만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아르마니 그룹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당국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혐의가 타당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라며 “조사 후 긍정적인 결과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앞서 밀라노 법원은 지난달 10일 하청업체의 노동착취를 방치한 혐의로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디올 이탈리아 지사의 가방 제조업체에 1년간 사법행정관 감독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디올은 LVMH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중 하나다.

 

당국은 두 기업의 노동법 위반 여부뿐만 아니라, 마케팅 및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한 사례가 있는지를 폭넓게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법원 결정을 보면 하청업체 4곳은 불법 중국인 체류자를 고용해 24시간 휴일 없이 공장을 가동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방의 원가는 53유로(약 8만원)였으나 디올은 매장에서 2600유로(약 384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가 50배에 가까운 폭리를 취한 셈이다.

 

아르마니도 지난 4월 디올과 비슷한 법원 처분을 받았다. 아르마니 하청업체는 10시간 일한 노동자에게 2∼3유로(약 3000∼4000원)를 주고 가방을 만들어 이를 아르마니 공급업체에 93유로(약 14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업체는 받은 가방을 아르마니에 250유로(약 37만원)에 다시 팔았고, 이 가방은 매장에서 1800유로(약 267만 원)에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다섯 자녀 중 넷째인 프레데릭 아르노가 대표로 있는 LVMH 지주회사 피낭시에르 아가슈가 크리스찬 디올 지분 96% 를 보유하고 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