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서 태블릿으로 주문할 수 있게 하는 거 알아보려고요. 내년에 또 최저임금이 오르니까 인건비 감당이 아무래도 어렵죠.”
서울 영등포구에서 9년간 한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내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이같이 밝혔다. A씨와 같은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인상에 키오스크, 태블릿, 서빙 로봇 같은 디지털 기기 도입을 고려하기 마련이다.
19일 한국고용정보원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음식점업의 일자리 변화 분석’ 보고서는 음식점에서 이 같은 기기들이 얼만큼의 고용을 대체하는지를 분석했다. 서울시에 있는 음식점업 및 주점업 2000개사를 대상으로 사업체를 직접 방문해 설문을 진행했다. 2000곳 중 키오스크는 605개사, 태블릿 주문기는 110개사, 서빙 로봇은 50개사에서 쓰고 있었다.
키오스크 도입이 음식점별 고용량과 직종별 고용량에 미친 효과 살펴보니 조리사의 고용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판매 서빙 근로자의 고용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음식점별 판매 서빙 근로자가 약 0.21 명 감소해 11.5%의 판매 서빙 근로자 수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판매 서빙 근로자에게 지불하는 인건비는 약 5.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환산하면 한 달에 약 6.86만원의 인건비를 절약하는 것이다.
서빙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고용은 줄이는 대신 남은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소폭 증가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약 2.06시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태블릿 주문기를 도입한 업체에서는 총고용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주문이 늘어 조리사의 고용이 증가한 것으로, 서빙 근로자의 고용은 0.14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블릿 주문기 도입 시 서빙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1시간52분 감소했다.
서빙 로봇 도입은 총고용량과 조리사 및 판매 서빙 고용량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용직과 임시직 모두 서빙 로봇 도입 효과가 유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음식점에서 서빙 로봇을 이제 막 도입하고 있으며, 도입 업체가 아주 적기 때문에 아직 기기 도입의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연구진은 인력 대체 가능성이 높은 근로자에게 전직 지원 유도 등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력 대체 가능성이 높은 근로자 중에서도 연령층의 저학력, 저경력 근로자들은 특히 기기와 공존이 어려울 것”이라며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분야나 가사도우미, 자녀 돌보미와 같이 준비를 통해 전직이 가능한 분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음식점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음식점주, 관리자, 일부 조리인력, 대체 가능한 인력에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의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